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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기록/사진일기

오늘의 걷기 #6 우당탕탕 초안산 나들길 (feat. 인생)

by Heigraphy 2022.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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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나서 몸살난 코스는 처음이야...

동네 뒷산이라는 친근함에 앙둥이까지 꼬셔서 함께 걸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초안산 나들길.

이번에 심하게 데여서(?) 다음에 또 걸으러 가자고 하면 앙둥이가 안 걸어줄까 봐 걱정이다😂

 

두루누비 따라걷기

초안산을 따라 도봉구에서 노원구, 그리고 다시 도봉구로 돌아오는 순환형 코스.

1시간 30분 코스인 걸 보고 난이도 '보통'을 못 봤네..

'노선 및 안전관리'랑 '안내 시스템' 별점이 낮은 걸 미리 알아봤어야 했나 보다.

 

이 코스 걸으면서 앙둥이랑 제일 많이 한 말 :

"여기 길이 있다고? 이거 길 맞아?? 이거 진짜 길 맞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안산 캠핑장

녹천역 4번출구 인근 초안산 캠핑장이 시작점이다.

캠핑장 사용자 외 출입금지라고 되어있는데, 오른쪽 나무 가림막 지나서 올라가면 캠핑장 외에도 초안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시작부터 오르막

이거 조금 오르고 초반부터 급격하게 말이 줄어든 우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르막은 언제 올라도 적응이 안 되네 참.

 

 

초안산 체육공원 가는 길

초반부터 길을 좀 헤맸다.

두루누비 따라걷기가 다 좋은데 위치표시만 되고 방향표시가 안 돼서, 조금 걸어본 후에야 내가 루트를 이탈한 건지 아닌 건지 알 수가 있다.

두루누비 어플이 좀 부족해도 그동안은 둘레길 자체 안내가 상세하게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잃은 적은 없었는데..

초안산 나들길은 갈림길은 엄청 많은데 비해 안내판이 거의 없다.

이런 길 걷기는 나도 처음이라 조금 당황..

 

 

다시 약간의 계단
막다른 길인데?

대충 이쪽 방향이겠거니 하고 따라갔더니 산 끝에 웬 막다른 길이...

막다른 곳에 도대체 누가 왜 길을 다져놓은 건지ㅋㅋㅋㅋ

앙둥이도 나도 조금 황당.

초안산 나들길에는 그런 길들이 참 많았다.

 

 

다시 코스 복귀

약간의 평지 같은 길이 나오면 반갑다.

오를 땐 내려가는 게 쉬울 거 같고, 내릴 땐 올라가는 게 쉬울 것 같은데 다 필요없고 평지가 짱..

 

 

개울

여기도.. 길이 맞는지 아닌지 한참 헷갈렸지만 지도엔 코스 따라 잘 가고 있다고 나오길래 일단 가봄.

개울을 건너 커다란 하수구 같은 곳을 몇 번 밟고 지나가야 했는데, 아래가 다 보이는 하수구 뚜껑이라 앙둥이가 약간 무서워했다.

그 모습이 마치 산책할 때 하수구 무서워하는 강아지 같았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골집 메리 생각나고 그러네.

 

 

아기소망길

초안산이 구(區) 두 개를 걸쳐 있는 산인 만큼 꽤 크다.

그래서 중간에 도로도 한 번 건너고 해야 한다.

길을 한 번 건너서 다시 시작되는 나들길의 이름은 아기소망길.

 

 

코딱지만한(...) 안내판
날씨가 좋다

쉽지 않은 코스였지만, 그래도 화창하고 먼지 없이 맑은 날씨가 걷기 의욕을 조금이나마 자극했다.

날씨라도 좋아서 정말 다행이야.

 

 

안내판

정말 몇 없는 안내판 중 하나.

초안산 근린공원 축구장 쪽에서 걸어왔고, 허공바위 쪽으로 걷기를 이어간다.

 

 

내리막

내리막은 내리막대로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쉽지 않았다.

마찰력 부족한 신발 신으면 미끄러지기 쉽고, 겨울산인 만큼 낙엽이 쌓여 있어서 또 잘못 디딜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 신발이 등산화 같은 게 아니어서 더 약간 아슬아슬했던 것도 있지.

 

 

돌바닥

초안산 중에 이렇게 돌산인 부분이 있었나?

조금 전 흙길과는 달리 다 돌로 되어 있어서 조금은 신기했던 구역.

여기도 내리막이었는데 돌산이 오히려 덜 미끄러운 것 같다.

 

 

갈림길

여기서 왼쪽으로 길 잘못 들었다가 한참을 잘못 걷고, 또 막다른 길에서 되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이 생각보다 멀길래, 이거 조금만 잘못 들어도 한참 잘못 들어가기 십상이구나 싶은 깨달음을 얻고..

표지판도, 알려주는 사람도 없어서 가보고서야 이게 맞는 길인지 아닌 길인지 알게 된다는 게 또 이상한 여운을 줬다.

"야, 이거 누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앞에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일단 가고 보는 게 완전 인생이네! 갔더니 길일 수도 아닐 수도 있고, 길 아닌 것 같은데 길이 있고."

그렇게 시작된 앙둥이와 나의 초안산 나들길 인생 비유ㅋㅋㅋㅋ

 

 

인가로 내려가는 길
아파트와 고등학교를 지나
비석골 근린공원으로

초안산을 양쪽에 두고 사이에 위치한 월계2동.

따라서 코스를 이어가기 위해선 산길을 벗어나 인가를 가로질러 가야 한다.

 

 

쉬어가는 중

많이 생략되었지만 사실 여기까지 걷는 동안 많이 헤매고 조금 지쳐서 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20분 정도 쉬면서 물도 마시고, 당 보충도 하고.

더 앉아있기엔 날이 추워서 걷는 게 낫겠다 싶어 다시 길을 나섰다.

 

 

초안산 재진입

비석골 근린공원 한편에 초안산으로 진입하는 입구가 있다.

다시 흙길 따라 오르막을 차근차근 오른다.

 

 

울창한 소나무숲

겨울 산행 중에 소나무 보는 게 그렇게 반갑더라.

이 겨울에 푸릇푸릇한 생기를 느낄 수 있어서 그런가.

풍경도 더 예쁜 것 같아서 카메라에 담는 즐거움도 있다.

 

 

오르막.. 계단..

내려가는 길에서 긴장을 잔뜩 했던 앙둥이는 차라리 올라가는 게 낫겠다고 했다가, 다시 오르막이 나오니 아까 했던 말 취소라고 번복한다ㅋㅋㅋㅋ

이제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더 낫다는 말 안 하겠다는 앙둥이ㅋㅋㅋㅋ

 

 

정상을 향해

비석골 근린공원 쪽에서 왔고, 초안산 정상 방향으로 걷기 진행.

600m 남았다니 거의 다 왔네.

 

 

정상 겸 헬기장
하늘

하늘이 정말 파랗고 맑아서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다만 먼지 없는 날은 추운 날이라서 꽤나 추웠지...

'입춘도 이긴 동장군!' 이런 제목으로 날씨 기사도 떴던 날인데...

함께해줘서 고맙다 앙둥.

 

 

내려가는 길
또 다시 소나무

우리가 갈 길도 아니었는데, 소나무에 시선이 사로잡혀서 잠깐 샛길에서 찍어본 사진.

조금은 황량한 갈색 숲 속에서 발견한 소나무가 그렇게 반갑고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다.

걷기도 걷기지만 주변을 많이 돌아보며 걷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생명이 파릇파릇 올라오는 계절에 꼭 걸어봐야겠다.

 

 

맨발길

맨발길이라니, 맨발로 걸어도 되는 길이라는 뜻인가?

그나저나 어느새 다시 도봉구로 들어섰다.

 

 

계단

코스 끝물에 가서야 길들이 좀 더 잘 정비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똑같이 내려가는 길이라도 이렇게 계단이 잘 되어 있는 곳이 걷기 훨씬 편하지.

 

 

초안산 도봉 둘레길
다리에서 내 사진도 한 장

길도 잘 닦여있고, 표지판도 잘 나오고, 무엇보다 앙둥이가 길을 조금 아는 눈치이길래 이쯤부터 거침없이 걸어 나갔다.

다리가 예쁘고 배경이 괜찮아서 이쯤에서 우리 사진도 한 장씩.

그러나.. 우린 또 길을 잘못 들어서 걷고 있던 거였지.

 

 

하늘이 예뻐서 또 사진 한 장

한참 걷다 보니, 이쪽도 초안산 둘레길 맞긴 한데, 두루누비 코스랑은 한참 동떨어져 있어서 다시 되돌아갔다.

어쩐지 갑자기 가는 길이 되게 수월하다 했어.

사실 그대로 가도 되고, 가면 오히려 우리에게 익숙한 길이라 마무리도 더 쉬울 텐데, 두루누비 코스를 꼭 다 따라 걸어 봐야겠다는 나의 고집에 고맙게도 앙둥이가 발을 맞춰줬다.

 

 

다시 험난한(?) 산길로...
이거 길 맞아?

지도 상으론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야 했는데, 그 왼쪽에 난 길이라는 게 너무 길 같이 안 생겨서...

이건 길이 아니라 누가 산 조금이라도 빨리 오려고 억지로 만든 샛길 같은 느낌인데 방향이 자꾸 이쪽이 맞다고 나온다.

초안산 나들길 걷는 내내 조금씩 그랬지만, 여기서부터 더더욱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기 맞아? 이게 길이라고? 여기 길 있는 거 맞아?" 타령ㅋㅋㅋㅋㅋ

 

 

길 있는 거 맞아??
여기 진짜 길 있는 거 맞아???

하다 하다 언 냇가를 다리도 없이 건너가는.. 그런 코스는 정말 처음 본다고ㅋㅋㅋㅋ

그래, 산에 이런 길 저런 길 다 있을 수도 있는데, 굳이 이런 길을 코스의 일부로 안내한다는 게 너무 신선하고 당황스럽고...

둘레길 몇 번 걸어봤지만 이렇게 날것 느낌 나는 코스는 정말 처음이야...

 

 

길 맞네...

신기한 건, 걷는 내내 길 아닌 것 같아서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고 걸어온 곳이 정말 길 맞았다는 거다.

심지어 낙엽이 양쪽으로 치워져 있다거나, 그 부분만 눈이 녹아있다거나 등등 누가 이미 지나간 흔적들이 있어서 길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는ㅋㅋㅋㅋ 그런 상황이 너무 웃겼다.

 

길 아닌 것 같은데 가보니 길이 있고, 이 길이 맞나 의심하며 걸었는데 지나와 보니 길이 맞고.

미개척된 곳인 것 같은데 잘 보면 이미 지나간 사람들도 있고.

무엇보다, 길이 별 거 있나, 내가 지나가면 길이지.

야, 이거 진짜 인생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안산 나들길에서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네.

 

 

반가운 녹천역 표지판
너무 소중해

드디어 출발지였던 녹천역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에 너무 반가웠던 표지판.

너무 반갑고 기뻐서 기념사진도 한 장 남겼다.

그나저나 계속 핸드폰으로 지도 보랴, 사진 찍으랴 손이 쉴 새가 없어서 아주 띵띵 얼었구만ㅋㅋㅋㅋ

원래 둘레길 한 번 입성하면 그 안에선 표지판 보면서 가면 돼서 핸드폰 쓸 일이 별로 없는데, 초안산 나들길은 수시로 내가 맞게 가고 있는지 확인하느라 손에서 핸드폰을 놓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이쯤 오니 배터리 5% 남고...

핸드폰 꺼지면 따라걷기 기록마저 날아갈까 봐 여기서 두루누비는 조금 일찍 껐다.

 

 

창골 어린이공원

앙둥이 핸드폰 지도에 의지하며 가는 중.

드디어 산길을 벗어난 것 같아서 기뻤다.

 

 

어림도 없지

하지만 녹천역을 가려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산을 가로질러야 했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이것도 참 인생 같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만 가지에 죄다 인생을 의미 부여하기에 이르러버림.

 

 

진짜 다 왔다!!

출발할 때 봤던 갈림길이 나와서 너무 반가웠다.

이제 진짜 끝이네.

코스를 무조건 다 따라 걸어야겠다는 나의 고집을 별말 없이 따라준 앙둥이에게 감사...

나중에 애인 생기면 꼭 이렇게 등산 같은 거 같이 하면서 힘들 때 나오는 상대방 반응이 어떤지 확인하라고 한다.

이런 데를 왜 오냐고 짜증 낼 사람인지, 오늘처럼 걸어온 길을 인생에 비유하며 같이 논할 사람인지 확인해보라며ㅋㅋㅋㅋㅋ

좋은 팁 알려줘서 고맙다 친구야.

함께 걷고 인생을 논할 수 있는 친구라서 고마워.

 

 

오늘의 기록

초안산 나들길에서 얼마나 헤맸는지 우리의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도에 안내된 길이랑은 다른 곳으로 갔는데 결국 어찌어찌 코스로 다시 복귀하고, 엄한 데로 갔다가 되돌아오고, 하여튼 참 쉽지 않았던 초안산 나들길.

'우당탕탕'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잘 어울리고...

분명 다해서 4.5km, 1시간 30분짜리 코스였던 곳을, 중간에 배터리 때문에 일찍 껐는데도 이미 5.8km, 2시간이나 걸었다..^^

 

 

또 다른 기록

하루 종일 걸은 거 다 더하면 이렇다.

24,816걸음 / 827kcal 소모 / 13.6km 이동

이거 내가 시골집에서 시내 걸어갔을 때 기록이랑 비슷한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동장군 오신 날에 이만큼이나 걸으니 몸살이 안 날 수가 없지😂

앙둥이는 1.1만 보 정도 걸었다고 하는데, 앙둥이도 몸살 각...

초심자한테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코스 같이 걷자고 한 바람에, 다음에 앙둥이가 지레 겁먹고 나랑 같이 안 걷겠다고 할까 봐 걱정이다ㅋㅋㅋㅋㅋㅠㅠ

이제 산 가자고 안 할게 다음엔 평평한 한강공원 산책로라도 같이 걸어줘😂

 

 

도봉구→노원구→도봉구 순환형 초안산 나들길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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