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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기록/사색하는 연습장

지난 상반기 돌아보기

by Heigraphy 2023.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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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의 상반기 하고도 며칠이 더 지나서야 적어보는 회고록(?). 이제라도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참 다이내믹했던 6개월이었고, 조금은 생각의 전환이 되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직업적인 면에서.

 

  나는 여기저기 걸친 분야가 많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깊이가 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서 그게 컴플렉스라는 것을, 작년 언젠가 이 블로그에 쓴 적이 있었다. 기획자? 교육자? 사진가? 여전히 누군가 나에게 '뭐 하는 분'이냐고 물어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올 초부터 나는 또 그놈의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여태 해오던 것들과 비슷한 듯 다른 듯 몇몇 분야에 지원서를 넣었다. 꽤 씁쓸한 탈락 몇 번을 반복하다가 덜컥 광고 기획직에 붙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한국어 교육으로도 어딘가를 지원했는데, 이것도 덜컥 붙는다. 물론 1차가.

 

  최대한 열심히 다음을 준비하되, 중간중간 다른 회사 서류도 넣어가면서 봄이 거의 끝나갔다. 그러다 작년부터 이야기를 들었던 한 가방 브랜드가 런칭을 곧 앞두고 제품사진 찍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여, 마침 시기도 모든 전형이 끝나고 사진에만 딱 집중할 수 있는 때라서, 내가 하고 싶다고 나섰다. 나놈 참 가만있지 못하고 일 벌이기 선수.

 

  모든 일의 마무리를 앞둘 때쯤 돌아보니 웃긴 거다. 광고 기획, 한국어 교육, 사진 촬영. 뭐야, 접점이 하나도 없네? 뭔데 지금까지 이렇게나 다른 일들을 준비하고 추진해왔던 거지? 이 일들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동안에는 나름대로 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별로 이상한 점을 못 느꼈는데 나중에 친구의 한 마디에 깨달았다. "너는 참 다양한 일을 한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직업 정체성에 혼란이 오게 되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침투부랑 슈카월드 등등 보려고 켰던 유튜브에 '오킹'이라는 분 영상이 하나 떴다. 제목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분명 뭔가 이끌려서 눌렀고, 엄청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다. 대충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오킹님이 한 지인을 만났는데 지인이 물어오더란다. "오킹아, 넌 뭘 해서 구독자가 200만이나 되니?" 근데 그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단다. 자기도 자기 방송을 정의를 못하겠어서. 근데 대답할 수 없음에 오히려 희열을 느꼈단다. 명확하게 자신을 설명할 수 없고, 정의할 수 없는 게 오히려 좋았다고.

 

  이 말을 듣고 뭔가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했다. 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인간이야 원래 복잡한 존재인데, 자아성찰의 관점이 아닌 직업적 관점에서도 그 복잡함이나 경계를 굳이 설명하지 않고, 오히려 즐길 수도 있구나. 대단하다.

 

  나는 왜 꼭 나를 어떤 분야 하나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정의 내려야만 한다고 생각을 했지?

 

  보통은 그렇잖아. 회사에 지원하려면 특정 직무 딱 하나에 적성도 잘 맞고 특출 난 능력도 있다고 어필해야 하잖아. 그리고 마침내 그 자리에 앉게 되면 비슷한 업무를 반복하면서 더 노련해지고 전문가가 되는 거잖아. 그런데 나는 여러 분야에 걸쳐 자잘한 결과들만 있고, 시간도 덜 쌓이다 보니 계속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던 거고, 오킹이라는 사람은 기존 관습이야 어떻든 시간을 쌓아가면서 자신의 길을 만들고 있는 거지.

 

  자주 보는 침착맨 유니버스에서 나를 찾자면, 풍 전무님의 추진력과 비슷하달까. 관심있는 구덩이 몇 개쯤 파다 보면 나중에 이게 다 합쳐져서 커다란 구덩이 하나가 될 수도 있는 거고, 혹은 구덩이 하나를 더더욱 깊게 팔 수도 있는 거고, 둘 다 아니더라도 구덩이 하나쯤 망해도 자잘한 구덩이 여러 개 남아 있으니까 또 살 길이 있겠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아니냐고.

 

  이젠 혼란해하기보단 즐기려고. 스스로 부족하고 아쉽다고 느끼면 그만큼 더 노력하고 경험치를 쌓으면 되는 거니까. 그런 점에서 이번 상반기는 스스로 여러가지 가능성을 엿봤고, 결실을 맺은 것도 있고, 더딘 듯 계속 나아가는 부분들도 있었기에 꽤 만족스럽다.

 

  더불어 취업준비는 역시 참 힘들고, 몇 년씩 하는 친구들에게 존경심이 마구 솟기도 했던 시간. 어떻게든 길은 다 있으니 모두 힘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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