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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Heigraphy
시각적 기록/사색하는 연습장

질문을 질문하는 여행

by Heigraphy 2021.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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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플스테이든 여행이든 일상을 벗어나서 자꾸 어딘가로 가려는 사람은 현실에 뭔가 만족하지 못하는 거예요. 현재에 만족하면 벗어나려 하지 않아요. 결핍이 있어서 외부에서 자꾸 뭔가를 찾으려고 하는 거예요. 여기에 온 여러분들도 한편에는 이런 생각들이 있을 거예요. ... 가볍게 휴식하러 온 걸 텐데, 무거운 이야기를 해서 미안합니다."

  스님과의 차담 시간이 한창 무르익고 마무리를 앞두고 있을 때, 스님이 이런 말을 했다. 나를 포함하여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지금의 내가 기분전환이 필요하다는 건 잘 아는데, 정작 나의 결핍이 무엇인지는 도통 모르겠다는 거다.

  스님이라고 답을 딱 내려주시는 것도 아니고, 답을 찾는 건 결국 난데 난 나의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질문도 모르는데 답을 찾겠다고 나선 격이니 오늘도 마음만 더 답답해질 수밖에. 템플스테이를 하고 나서 오히려 번뇌가 더 많아진 느낌. 결국 퇴소 전 혼자 조용히 울었다. 올해 초에 여행 다녀올 때도 이랬는데. 그땐 잘 놀고 집에 오는 길에 보위의 <Space Odity>를 들으며 그 노래가 너무 외롭게 느껴져서 울었다. 결국 그때도 지금도, 답도 질문도 찾지 못했다는 뜻이겠지.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전혀 모르겠다. 길을 잃은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잃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이게 일상을 벗어나 떠난다고 해서 답을 찾을 수 있는 건가 의심마저 들고, 정말 잘 모르겠다. 현재에 만족하면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또 과연 몇이나 될까?

  스스로에 대한 의문에 빠졌을 때, 자꾸만 보고싶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2주가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잠시 부산에 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 2주를 기다리지 못할 것 같아 부산행 열차를 예매해버렸다. 울컥한 마음에 충동적으로 이것저것을 계획하고 이번 주 일정이 정말 타이트해졌는데, 체력이 완전히 방전될 일요일에 만날 친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니,

  "다음 주의 일은 다음 주의 너에게 맡기고 이번 주는 최선을 다해 방황해봐. 이번 주는 그러고 싶은 거면 그래야지. 다음 주는 또 네가 어떤 걸 원할지 모르는데."

  라는 현답과 함께 감동을 안겨주었다. 정말이지 나는 인복 하나는 최고구나. 그 말만으로도 이미 위로가 좀 되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아니 질문부터 찾아 떠나는 여행을 좀 해야겠다. 이번 주에도 결국 질문의 'ㅈ'조차 찾지 못하면 다음주의 나도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분간은 좀 그래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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