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 친구가 특별한 여행에 초대했다. 방콕에 있는 운하를 따라 흘러가는 보트 여행. 로컬 여행을 좋아할 거라 생각해서 나에게 물어봤다고 하는데, 잘 알아봤고 물어봐줘서 고맙다. 두어 번 정도 가본 적 있는 지역이었지만, 운하를 따라 배를 타고 구경을 하는 건 처음이라서 기대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투어는 웃타깟(วุฒากาศ, Wutthakat)에서 시작했다. 같이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나를 초대한 M양의 친구들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M양을 제외하고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는데, 따뜻하게 맞아줘서 고마웠다.
1. 보트 투어 시작
오전 8시에 BTS Wutthakat(วุฒากาศ) 역에 사람들이 모였다. M양을 중심으로 모였는데, 의외로 서로서로 처음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보트가 올 때까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다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먼저 온 사람들끼리 통성명을 했다.
"나는 한국에서 왔어. M양이랑은 여행에서 만났어. NCT를 좋아해? 아마 나보다 네가 더 한국 드라마를 잘 알 걸."
뭐 이런 대화. 대부분은 태국인이었고, 나와 인도인 한 명만이 외국인이었다. 다들 영어를 잘해서 어렵지 않게 대화할 수 있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약 30분 정도가 더 지나서 보트에 올랐다. 다 모이니 약 10명쯤 됐나? 누구 하나 크게 튀는 이 없이 왠지 대부분 내향적인 사람들인 거 같다. 오히려 좋아.
이날 보트 조종사이자 가이드를 선장님이라고 불러보겠다. 선장님은 대체로 태국어만 했다. 애초에 외국인이 나와 인도인뿐이기도 하고, 우리가 태국어를 이해한다고 오해한 모양이다. 최대한 알아들어 보겠다고 열심히 눈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2. 운하에서 본 왓 빡남 파씨 짜런(วัดปากน้ำภาษีเจริญ)
방콕 남부에서 진행된 운하 투어이고 그곳에는 왓 빡남 파씨 짜런(วัดปากน้ำ ภาษีเจริญ, Wat Paknam Phasi Charoen)이 있었다. 한 1년 만에 다시 왔는데, 거대 불상이 머리 아래로 공사 중이었다. 매번 저 다리 위에서 운하로 지나가는 배를 지켜보기만 했는데, 내가 배를 타고 여기를 지나가게 되는 날도 있구나.
3. 문화유적 수상가옥
이 여행, 달라도 뭔가 다르다. 선장님이 물 위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과 인사를 한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한 집에 정착해서 들어가보기까지 한다. 집주인 아주머니도 반겨준다. 태국어로 설명해서 뭐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집이 아니라 뭔가 의미 있는 곳인 거겠지?
우리가 방문한 곳은 왼쪽 나무집이다. 아주머니와 정겹게 인사하더니 갑자기 이 앞에서 멈춘다. 그러고보니 이 동네는 모든 사람들이 작은 배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야 집밖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
들어가자마자 물을 한잔 얻어마신다. 꽃을 은은하게 우려낸 꽃차 같다. 옆에는 작은 악세사리 같은 것들이 있는데, 직접 만드신 거라고 한다. 워크샵을 열어서 어린 친구들에게 알려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덕분에 코끼리 모양 열쇠고리도 하나 받을 수 있었다.
아주머니도 역시 태국어로 말씀하신다. 나중에 M양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영어로 번역해주는 것을 들어보니, 아마 할아버지대부터 이 집을 지켜왔고, 현재는 정부에서 문화유적 같은 곳으로 지정하여 아주머니 혼자 관리하고 있는 듯했다. 실제로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방문객들에게 개방도 하는 모양이다. 덕분에 옛날 운하 주변 방콕의 모습, 생활의 흔적 등등을 볼 수 있었다.
베란다에서 본 철담. 예전에는 이런 철담이 없었는데, 파도로 인해 집이 부식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도마뱀이 타고 올라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비교적 최근에 세운 것이라고 한다. 물 위에 나무로 집을 지었으니 부식도, 수상 생물의 침범도 쉬울 수밖에. 그래도 이렇게 지켜가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말 집안 구석구석을 구경한 후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다시 보트에 오른다. 실제로 생활하시는 공간을 이렇게까지 둘러봐도 되나 싶은데, 아주머니는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시고 이렇게 소개해줄 수 있는 것을 기쁘게 여기시는 것 같았다. 덕분에 방콕의 새로운 주거 모습과 과거 모습까지도 잘 배워갑니다.
4. 하오용쎙 카페 (เฮ้าย่งเซ้งคาเฟ่, hauyongseng.cafe)
운하 위에도 카페가 있어? 육지 쪽으로도 연결된 입구가 있는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배를 타고 오는 매우 제한된 손님만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선장님은 이곳 사장님과도 아는 사이인 듯했다. 그런데 무슨 협력업체 느낌으로 아는 게 아니라, 그냥 동네 아저씨 만나듯 대화를 나눈다. 알고 보니 선장님은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이 운하를 떠다니다보면 그야말로 '관광용' 보트가 정말 많은데, 우리 선장님은 좀 결이 좀 다르다. 이 부분은 차차 더 풀어보겠다.
커피를 주문하려는데 선장님이 텀블러를 챙겨준다. 알고보니 우리 여행은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걸 목표로 한다며, 카페 컵으로 다 마시고 배로 돌아오거나, 다 못 마실 것 같으면 텀블러를 빌려줄 테니 여기다가 마시라는 거였다.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제 텀블러를 챙겨 왔을 텐데요... 취지에는 무척 공감하지만 남의 텀블러로 마시는 것도 뭔가 조금 찝찝하여 그냥 카페 컵에 주문했다. 커피를 다 마시는 데에 주어진 시간은 15분. 보통의 나라면 1시간을 줘도 음료 한잔 다 못 마시는데, 이날은, 해보자고.
이 카페는 특이하게 '간장'이 시그니처 재료다. 카페 뒤쪽에서 간장을 직접 만들고, 이곳을 체험하듯 둘러볼 수 있었다. 간장도 콩으로 만드는 거다 보니 안쪽에선 메주 냄새 같은 게 났다. 이곳에서도 설명을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간장도 종류가 무척 다양한 모양이다.
왼쪽은 카페에서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 간장 제품. '단맛'이 나는 간장도 있다고 한다. 오른쪽은 그런 간장을 활용해서 만든 '간장라떼'. '두유(soy milk)' 라떼 아니고요, '간장(soy sauce)' 라떼 맞습니다... 이게 무려 시그니처 메뉴라고 하고, '짠' 간장이 아니라 '단' 간장으로 만든 음료라길래 주문해봤다.
음? 왜 맛있지? 간장의 풍미가 느껴지는데 설명대로 짜지 않고 달아서 커피랑 은근히 잘 어울린다. 생각보다 맛있네. 아마 여기서만 마셔볼 수 있는 메뉴인 듯하다.
하오용쎙 카페: https://maps.app.goo.gl/SbAu9vQjHbiKh14i8
hauyongseng.cafe (เฮ้าย่งเซ้งคาเฟ่) · 143/126 Itsaraphap 21 Alley, Wat Arun, Bangkok Yai, Bangk
★★★★☆ · 커피숍/커피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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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나와 이동하려는데, 분홍색 건물이 눈에 띈다. 옛날 태국 해군 장군의 집이었다나. 1940년대? 혁명이 일어났을 때 장군이 도망가면서 물 아래 대포 같은 무기를 버리고 갔는데, 그 후손이 나중에 건져냈다고 한다. 역사적 가치가 있어서 보존하기로 결정했는데, 건져낸 뒤로 검증(?)은 안 하고 바로 정부에 기증했다는 듯. 적고 보니 뭐가 이렇게 카더라 같은 얕은 지식인지 모르겠네.
그나저나, 선장님이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 만큼, 지나가면서 여기는 누구 집, 누구 집 설명을 해주는데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들의 집이 많았다. 예전 왕가 사람이 살던 집이었다든지, 휴양지였다든지 등등. 과거에는 이 지역의 명성이 달랐구나 싶다. 실제로 운하 주변에 부촌도 있었는데, 금융위기 이후에 망하고 집을 떠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 상궁이 살던 곳도 있는데 떠나버렸다고 한다.
5. 운하 위 동물 친구들
동네 혹은 동네 사람들만큼이나 선장님이 관심있는 건 운하 위 동물 친구들이었다. 물에서 종종 이런 새를 볼 수 있었는데, 이름은 여전히 모르겠다. 동물 친구들 나올 때마다 천천히 감상&사진 찍으라고 속도 줄여주는 선장님 센스있음.
대부분 룸피니 공원에만 있는 줄 아는 그 도마뱀, 사실 물이 있는 곳이면 여기저기 있다. 이날 운하에서도 보호색으로 숨어있는 도마뱀을 꽤 많이 봤더랬다. 영어나 한국어로 정확한 이름이 뭔지 모르겠네. 태국어로는 '히야(เหี้ย)'라고 한다. 왜인지는 몰라도 태국인들은 동음을 욕으로 쓴다.
도마뱀은 보통 먼저 공격하지 않고 죽은 것만 먹는다고 한다. 가끔 먹을 것을 못 구하면 사냥을 하기도 하는데, 작은 새나 둥지의 알 혹은 새끼 고양이 같은 걸 잡아 먹는다고 한다. 이 도마뱀의 가죽은 다른 도마뱀의 가죽보다 비싼데, 히야 가죽으로 만든 가방이 백이십만 밧이나 한다고 한다. 한화로 치면 약 오천만 원. 선장님 가라사대 본인 보트 가격이랑 똑같다고. 나보고 히야 가죽 가방을 사고 싶냔다. 그 돈이면 저도 배를 살래요.
운하 동네에는 몇몇 문제가 있다. 첫째로 배가 지나다니며 파도를 일으켜 운하 위 건물들이 부식된다는 거고, 둘째로 배가 다 모터로 움직이니 공기가 오염된다는 거고, 셋째로 배로 인한 소음 공해가 발생된다는 거다. 과거에도 배는 있었지만 기술력 때문에 본의는 아닐지 몰라도 젠틀하게 다녔기에 큰 문제가 안 됐는데, 요즘은 일단 관광용 배가 엄청 많고 빠르다. 더군다나 운하 위는 속도 제한 같은 것도 없단다. 그 변화를 다 보고 자란 선장님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참 안타까워 했다. 물가(집 근처)를 지날 때는 눈에 띄게 천천히 운전하시던 게 그 때문인 모양이다.
6. 클렁 방루앙 수상시장 (ตลาดชุมชนริมคลองบางหลวง)
운하 위 시장으로 왔다. 사람이 무척 많다. 하선하기 전에 옆 조각배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다. 메뉴는 코코넛 아이스크림. 육지에서 먹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이 맛있다.
태국어 이름을 직역하면 '방루앙 운하 커뮤니티 마켓' 정도 되려나. 그 가운데 꽤나 큰 규모로 '방루앙 아티스트 하우스'가 있다. 공방 겸 카페를 겸하는 곳인데 안쪽에 불탑도 있는 신기한 구성.
공방을 겸하는 곳이라서 만들기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아마 워크샵도 있고, 손님들이 자유롭게 만들어 볼 수 있기도 한 모양이다. 팔찌, 목걸이 등 자유롭게 만드는 듯하다.
수상시장을 좀 더 돌아보기로 했다. 이곳에서도 주어진 시간은 20분 남짓으로 그리 길지 않지만, 빠르게 둘러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서. 한켠에 키우는 듯한 새가 예쁘게 마주보고 있길래 한장.
해가 거의 머리 위에 뜰 시간이라서 그림자가 거의 없고 무척 뜨거운 날씨였다. 식당가를 지나 뒷골목으로 오니 그야말로 뒷골목이라서 볼 건 많지 않았다. 그저 육지랑 연결된 길인 거겠지.
사실 이 클렁 방루앙 수상시장은 조금 멀리서 봐야 특징이 더 잘 보이기도 한다. 다리라든지 건물 외관 자체를 독특하게 꾸민 부분이 있고, 운하 위에 위치한 곳이다 보니 그 자체로도 풍경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다음에 조금 더 시간 길게 빼서 다시 와보고 싶은 곳.
방루앙 수상시장: https://maps.app.goo.gl/xtc4jpqLxwbzRpDq5
Khlong Bang Luang Floating Market · Phet Kasem 28 Khwaeng Pak Khlong Phasi Charoen, Phasi Charoen, Bangkok 10160 태국
★★★★☆ · 지역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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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점심식사 (Pumjai Garden / Natura Cafe)
점심을 먹으러 방문한 곳, 품짜이 가든(Pumjai Garden). 다른 이름으로는 'Natura Cafe'라고도 불리는데, 같은 가게인 건지 아니면 다른 가게인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무가 우거진 외관이 이곳 특징이다. 그야말로 정원(garden) 같은 곳이네.
아침에 각자 먹을 메뉴를 하나씩 골라서 미리 말해 놨다. 여러 개 주문해서 다 같이 나눠 먹을 거라고 해서 해산물이 들어간 무슨 요리를 골랐던 거 같은데... 이름을 모르겠다. 여전히 이름은 몰라도 맛있게 먹는 태국 음식. 이렇게 먹고 인당 300밧(약 13,000원) 정도씩 나왔던 것 같다.
품짜이 가든: https://maps.app.goo.gl/BesNgWydoNjcjgGT8
Poomjai Garden · 9 3 Chom Thong Rd, Chom Thong, Bangkok 10150 태국
★★★★☆ ·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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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게 밥 먹었으니 다시 출발.
8. 바나나 튀김 먹으러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로컬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곳들로 간다. 지도에도 안 나오는 곳. 그래서 이름도 모른다.
바나나 튀김 먹으러 가는 길에 물가에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아이들을 마주쳤다. 선장님이 잠깐 멈춰서서 연주를 요청했는데 처음에는 조금 부끄러워 하더니 이내 자리를 잡고 연주와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귀여운 아이들 같으니라고ㅎㅎ 너희들이 낭만 그 자체다.
이후 잠깐 배에서 내려 어딘가에 들렀는데, 찜쭘 용기와 화구라든지, 무까타 그릴이라든지 등등 태국의 생활 용품이 모인 가게였다. 태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물건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곳. 선장님은 사당이 외국인들에게 가장 잘 팔린다고 한다. 태국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어디에서나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그 사당. 사당을 판매한다는 것도 신기한데, 그게 가장 인기가 좋은 상품이라는 건 더 신기하다.
어느 골목길로 들어가 구매한 바나나 튀김. 내가 방콕에서 흔히 보던 바나나 튀김과는 생김새도 맛도 완전히 다르다. 굉장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현재는 손님이 없다. 선장님 아니었으면 절대 몰랐을 곳.
예전에는 이 일대가 다 과수원을 해서 다양한 과일이 많았고, 그만큼 물자 교류도 엄청 활발한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을이 쇠락하고 기후도 바뀌고 하면서 현재는 그런 과수원 일대는 없다고. 얼마 남지 않은 몇몇 가구만이 소박한 농사를 짓는 듯하다. 일행이 찾아서 보여준 옛날 사진에는, 과일을 가득 실은 배들이 운하 위에 빼곡히 차 있었다. 역시 영원한 건 없나 보다.
9. 망고찰밥 맛집, '니' 이모의 찰밥 (ข้าวเหนียวมูน ป้าณี / 카오니야우문 빠니)
점심 먹은 이후로 계속 먹으러 다닌 것 같네. 두 번째 디저트인 망고찰밥(ข้าวเหนียวมะม่วง)을 먹으러 떠난다.
그나저나 이날 태국어 10%라도 알아들어보겠다고 하루종일 선장님이랑 아이컨택 하고 열심히 듣는 척(?) 했더니, "저 까올리(เกาหลี, 한국인)는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은데 맞냐"고 물어보시길래, "못 알아들어요(ไม่เข้าใจค่ะ)"하고 대답했더니 빵터지셨다. 그 이후로도 나의 아이컨택은 굴하지 않지... 따지고 보면 이날 배에서 보낸 시간이 가장 길었는데, 덕분에 말 없이도 선장님이랑 내적으로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은 10명 남짓인데 왜 그릇은 더 적냐 하면... 사실 나는 망고찰밥 별로 안 좋아해서 주문하지 않았기 때문. 망고는 그렇다 치는데 밥을 달게 먹는 건 아직도 적응이 잘 안 된다.
보다시피 우리 선장님 환경에 정말 진심이신 게, 망고찰밥 그릇도 다 직접 준비해서 제공해주심. 세상에 되도록 해를 끼치지 않고 살며, 나와 주변이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하는 것. 이게 선장님의 인생철학이라 감히 짐작해본다. 이런 관점에서 선장님은 빠르고 크고 화려한 관광 말고, 현지의 삶과 이를 존중하는 여행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믿으시는 듯했다. 저도 그런 삶과 여행을 지향해요. 태국에서, 아니 전세계를 통틀어 그 어디에서도 이런 여행은 처음이에요.
방콕은 서울처럼 인구 1천만이 넘는 메트로폴리탄인데, 이런 대도시에서도 자연에 부쩍 가까운 삶이라니. 괜찮네.
10. 왓 촘통 (วัดจอมทอง, Wat Chom Thong)
정식 풀네임은 '왓 랏차오라사람 랏차워라위한(วัดราชโอรสารามราชวรวิหาร, Wat Ratcha Orasaram Ratchaworawihan)'인데 너무 길어서, 그냥 옛날 이름이었다는 촘통 사원(왓 촘통)으로 대체😅 태국 여행에서 사원이 빠지면 섭하지.
방콕이 생기기 전부터 이곳에 있었다는 촘통 사원. 불상 옆에 세워진 그림은 라마 3세 왕의 초상화로, 그와 연관이 깊은 사원이다. 과거 촘통사원으로 불리다가, 라마 3세 왕 통치 기간에 대대적인 개조 공사를 거쳐 현재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고대 왕실 수도원으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사람이 없고 한적한 사원이었다. 무릎 정도 오는 반바지를 입었지만 다리를 가릴 수 있는 천을 하나 두르고 입장해야 하는 곳이었다. 지켜보거나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지만, 선장님의 권유로 그렇게 했다.
와불상의 머리 끝이 위를 향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곳에서는 주로 사업복 같은 것을 빈다고 한다. 제가 또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어차피 불교는 기복신앙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냥 부처님 기운 받아서 만약에 잘 된다면 다시 찾아가서 인사 드릴게요. 그게 태국 불교의 도리(?)라고 하니까요. 오른쪽 문은 불당의 가운데 문인데, 귀한 사람(아마 승려나 왕족?)만 드나들 수 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하얀색 외관이 깔끔한 느낌이고, 잘은 모르지만 건축과 조각은 태국과 중국의 양식이 잘 어우러진 듯한 사원이다. 이는 당시 양국의 좋은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촘통 사원: https://maps.app.goo.gl/fUAdqayvhAx3frkN8
Wat Ratcha Orasaram Ratchaworawihan (Chom Thong) · PF37+3W5, Ekkachai Rd, Bang Kho, Chom Thong, Bangkok 10150 태국
★★★★★ · 불교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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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왓 낭치 (วัดนางชี, Wat Nang Chee)
왕립사원, 왓 낭치. 아유타야 중기 시대에 딸이 병에서 막 회복되어 제물을 바치도록 명령받은 한 귀족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아유타야 후기에 이 사원은 버려졌다. 이후 라마 1세 왕과 라마 3세 왕의 통치 기간 동안, 당시 유행했던 중국 건축 양식으로 일부를 복원하고 재건한 절이라고 한다.
불당의 나무 창문을 잘 보면 자개 장식이 보인다. 일본 나가사키 출신의 사람이 만들었다고. 그런데 원폭 이후 정작 나가사키에서는 해당 자개 장식을 찾아볼 수 없어서 일본 측에서 본인들의 문화유산을 보려고 방콕으로 왔다고 한다. 그런데.. 보존 상태가 엉망이다. 나무 창문이 여기저기 부서져 있고 조각나 있다.
왓 낭치를 끝으로 운하 보트 투어는 마무리 되었다. 방콕에서 1.5년을 살아도 몰랐던 것들을 하루만에 많이 배워 간다.
낭치 사원: https://maps.app.goo.gl/gVzoQw8sTeoeLYwXA
Wat Nang Chee · 312, 1 Thoet Thai 41/1 Alley, Pak Khlong Phasi Charoen, Phasi Charoen, Bangkok 10160 태국
★★★★☆ · 불교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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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에필로그
돌이켜 봐도 이 여행 참 인상적이었다. 일단 선장님의 태도와 마음가짐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같은 방콕이어도 도심에서 맨날 에어컨만 쐬면서 살 때는 전혀 알 수 없는 새로운 삶의 모습들을 알 수 있었다.
오전 8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끝난 보트 투어. 선장님은 마지막에 "마치 알아듣는 것처럼 계속 아이컨택 해줘서 고맙다"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셨다. 한편으론 영어로도 열심히 설명해주려 하셔서 제가 더 감사한 걸요. 기회만 되면 선장님 연락처 받아서 내 친구들 오면 투어 또 하고 싶은 마음. 아, 투어 비용은 500밧이었다.
선장님이 노력하셔도 태국어가 90%를 이룰 수밖에 없는 여행이었는데, M양은 물론 참여한 다른 인원들이 열심히 영어로 통역하여 설명해주려 해서 사실 크게 아쉬운 점이 없었다. 역사 얘기할 땐 옛날 사진까지 찾아가며 설명해주니 이해도 쏙쏙 되고 말이야. 고마운 사람들.
마지막에서야 알게 된 건데, 이날 참여한 사람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대부분 서울대 의대 졸업생들이었다. 거의 동문회에 외부인 두세 명 정도 낀 느낌..? 그래서 다들 영어를 그렇게 잘했구나..? 역시 인생은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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