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바빴다. 거의 한 달만에 블로그를 돌아올 줄이야. 한국에서 투잡허슬 할 때도 이 정도로 블로그를 못 쓰진 않았던 것 같은데, 방콕 생활이 생각보다 바쁘다. 과거 얘기부터 차근차근 쓰려면 아예 손도 못 댈 것을 알기에 그냥 가장 최근의 기록부터 남겨본다.
연말에 동료들이랑 애프터눈티를 먹으러 다녀왔다. 방콕에 애프티눈티를 서빙하는 곳이 몇 있는 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J양이 다녀온 적 있다는 켐핀스키 호텔을 가보기로 했다. 영국 여행 갔을 때도 이런 거 안 먹어봤는데, 방콕에서 처음 먹어보게 될 줄이야.
1. 씬톤 켐핀스키(Sindhorn Kempinski) 호텔 가기
안타깝게도 씬톤 켐핀스키 호텔은 MRT나 BTS에서 가까운 곳이 아니라서,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MRT나 BTS에서 내려서 걸어가든, 오토바이 택시를 타든, 택시를 타든 해서 가야 한다. 걸어서는 한 15분 걸어야 하는데, 날이 더워서 나는 오토바이 택시 선택. 그랩으로 불렀고 MRT 실롬(Si Lom) 역에서 씬톤 켐핀스키 호텔 메인 입구까지 36바트 지불했다.
오토바이 택시 오는 거 기다리는 시간까지 해서 한 10분 걸린 것 같은데, 실제 가는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이다. 씬톤 켐핀스키 호텔 메인 입구에 내리면 바로 애프터눈티를 먹을 수 있는 로비가 보인다. 돔 형태로 층고가 굉장히 높은 로비와, 주변에 식물을 잘 심어놔서 초록색이 참 조화롭다.
참고로 켐핀스키 호텔은 씬톤 말고 '시암'도 있어서 헷갈리기 쉽다. 실제로 이날 같이 간 동료도 '켐핀스키'만 듣고 시암 쪽으로 가 있어서 오는데 애먹었음🥲 두 호텔이 그렇게 먼 건 아니라 다행이지만, 자신의 목적지를 잘 확인하고 움직여야 한다.
2. 씬톤 켐핀스키(Sindhorn Kempinski) 호텔 정원
우리는 일단 4시에 애프터눈티를 예약해 놓고, 그 전에 사진을 찍고 싶어서 3시에 만나기로 했다. 호텔 바깥쪽 정원은 비교적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아무래도 호텔 로비라서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편이다.
내부는 일단 꽤 넓은 홀에 자리도 적당히 쾌적하게 듬성듬성 떨어져 있어서 좋다. 로비를 지나 반대편으로 나가면 정원을 볼 수 있다.
원래도 우거진 정원이지만, 크리스마스 및 연말 시즌이라 한가운데 트리가 자리잡은 듯하다. 조금 일찍 와서 이 정원에서 사진찍으면 참 좋다. 이 정원은 호텔 투숙객이나 애프터눈티 손님이 아니어도 비교적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듯하다.
정원에서 바라봤을 때 정면은 호텔, 양쪽은 레지던스다. 호텔 투숙객이나 손님뿐 아니라 주민들도 살고 있다는 뜻.
나름 호텔에서 분위기 낸다고 원피스 예쁘게 차려입고 감ㅋㅋㅋ 애프터눈티 먹고 여기서 꼭 사진 찍으세요... 안 찍으면 아까워.
3. 씬톤 켐핀스키(Sindhorn Kempinski) 호텔 애프터눈티
애프터눈티는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워크인이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예약은 전화로 하거나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씬톤 켐핀스키 호텔 애프터눈티 예약: https://www.kempinski.com/en/sindhorn-hotel/restaurants-bars/lobby-lounge
참고로, 우리는 원래 12월 31일에 가려고 했는데, 12/31-1/1은 로비 라운지 휴무라서 애프터눈티 서비스를 안 한다고 했다. 그래서 30일로 변경했고, 크리스마스 에디션은 그 다음 주말인 1/6인가 1/7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눈에 띄었던 점은, 층고가 워낙 높아서인지 천장에 인공 조명이 거의 없고, 창이 정말 크고 지붕이 돔 형태로 생겨서 한가운데 천장으로도 빛이 들어올 수 있게 되어 있어서, 거의 자연의 빛으로만 내부를 환히 밝힌다는 것. 그래서 날이 저물수록 조금 어둡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 불편한 정도는 아니고 딱 분위기 있고 좋다는 느낌이다.
자리에 앉으면 일단 차 메뉴를 준다. 가격이 적혀있지만, 애프터눈티 세트에 다 포함된 거고, 여기서 어떤 차를 마실지 고르기만 하면 된다. 사실 차를 평소에 잘 안 마셔서 뭐가 뭔지 잘 몰랐는데 일단 이름 익숙한 다즐링 섬머 골드를 주문함. 일행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비터멜론 등을 주문했다.
일행이 비터'레몬'인 줄 알고 비터'멜론' 주문한 건 안 비밀ㅋㅋㅋㅋ 티팟을 줘서 각자 따라 마시는 형태라서 나중에 한 잔 얻어마셔봤는데, 비터멜론은 정말 적당히 씁쓸해서 달달한 디저트가 많은 애프터눈티 세트에 잘 어울리는 차였다. 물론 다즐링 섬머 골드도 적당한 아로마 향이 나서 맛있었음.
크리스마스 에디션. 루돌프 모양의 피나콜라다 얼음 디저트 같은 게 나왔다. 하얀 건 피나콜라다, 아래 검은 건 초콜릿으로 만든 그릇이다. 피나콜라다 다 먹고 아래 그릇까지 야무지게 깨서 먹음ㅋㅋㅋㅋ
트리 모양의 장식에 예쁘게 올라간 디저트들. 그리고 드라이 아이스 같은 것을 부어서 잠깐이나마 겨울 느낌이 나게 해준다. 처음에는 장식 크기에 비해 내용물이 적어서 좀 비어보인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런 퍼포먼스가 있으니 조금 채워지는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느낌. 스콘 2종, 각종 파이, 타르트, 초콜릿 등 디저트류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핑거푸드가 있다. 애프터눈티는 예약할 때 일반과 할랄 버전 중 선택할 수 있다. 일반 버전에는 베이컨, 약간의 럼이 들어간 파이 등 무슬림이 먹을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과 간다면 할랄 버전을 예약하는 게 좋다. 나랑 같은 세트를 공유한 친구가 무슬림이라서 요 사진은 애프터눈티 할랄 버전이다.
말했다시피 처음에는 많이 비어보인 데다가, 요 쪼끄만한 것들로 배가 차나 싶었는데, 배가 찬다. 일단 스콘으로 시작해서 세트 공유하는 친구랑 하나씩 짝 맞춰가면서 먹기 시작했는데, 이건 뭘까 어떤 맛일까 추측하면서 먹어보고 생각과 다른 맛이 났을 때 신선한 느낌을 받는 그 과정들이 재미있었다.
할랄 버전과 일반 버전과의 차이라면, 럼이 들어간 파이 대신 딸기가 올라간 파이가 나왔고, 으깬 콩 파이(?)에 올라가는 베이컨이 생략되었으며, 또 저 치즈 올라간 파이가 뭔가 다른 구성이었는데.. 벌써 기억이 잘 안 나네😂 무튼 확실한 건 할랄 버전도 충분히 맛있다는 것. 오히려 더 맛있는 것도 있었다.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이게 제일 맛있었다. 빵 부드럽고, 위에 크림 너무 달지 않고, 라즈베리 같은 게 적당히 상큼달달해서 아주 내 입맛에 딱이었음. 일행도 이게 제일 맛있었다고 한다. 이건 일반 버전, 할랄 버전 둘 다에 있음.
애프터눈티 세트에는 달달한 디저트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연어가 들어간 거, 새우가 들어간 거, 치킨이 들어간 거 등 짭짤하고 다양한 재료로 만든 디저트들도 많았다. 단 거만 먹다보면 물리기 마련인데, 적당히 단짠단짠이 섞여 있어서 좋았다. 저 탕후루 같이 생긴 건 탕후루는 아니고 안에 뭔가 수제 사과잼 같은 게 들어있었다.
연말 기분내기 괜찮았던 씬톤 켐핀스키 애프터눈티 세트.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좋은 공간에서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에 의의를 두면 좋다.
가격은 2인에 1,800바트(약 7만 원)이고, 실제로는 서비스 비용과 세금 총 17% 정도가 더해져서 나온다. 태국 생활 이래로 가장 큰 돈 써봤다. 연말이고 이것도 경험이고 좋은 추억이 될 테니 큰맘 먹고 한 번 써보는 거지 뭐. 친구들이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았으면 아마 영영 애프터눈티 같은 건 경험해보지 않았을지도 모르니.
이건 여담인데, 여기가 호텔 1층이고 리셉션이랑 공간 분리가 안 돼서 그런지, 투숙객들도 많이 볼 수 있는데, 가끔 샤워가운만 입고 나오는 사람도 있어서 눈갱이 조금 있음...ㅠ 사진 찍다가 가운맨이 배경에 찍혀서 어찌나 당황스러웠던지. 그것마저 재밌는 추억이다.
4. 씬톤 켐핀스키(Sindhorn Kempinski) 호텔 야간 정원
해가 질 무렵부터 정원에 불이 들어왔다. 7시쯤 나왔더니 해가 거의 다 져서 새로운 모습의 정원을 볼 수 있었다.
새로운 포토존이 생긴 느낌이네ㅋㅋㅋㅋ 12월 4시쯤 가서 7시쯤 나오면 이렇게 씬톤 켐핀스키 호텔의 정원을 밤낮으로 즐길 수 있다.
켐핀스키 호텔 쪽이 여행객도 많고 뭔가 젊고 조금은 럭셔리한? 느낌이 있어서, 애프터눈티를 즐긴 후에 이것저것 즐길 거리도 꽤 있다. 근처에 바 같은 것도 많은 듯하고. 근데 그만큼 관광객 덤탱이 씌우려는 택시도 많으니 잘 골라 타야 함😂 우리 관광객 아니고 생활자인데 등쳐먹으려는 운전기사 너무 많이 봐서 이날 좀 질렸다.
무튼, 더운 나라에 있어서 선선해지려고 하면 다시 훅 더워지고, 타지에서 시상식도 못 챙겨보고, 그동안 연말 느낌이 잘 안 났는데, 이날 좋은 사람들이랑 좋은 공간에서 맛있는 거 먹고, 올 한 해 수고했다며 덕담 주고받고, 내년에도 잘 해보자며 다짐 나누니 비로소 조금 연말 느낌이 났다. 올해 만나게 되어서 너무 반가웠고, 내년에도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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