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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Heigraphy
시각적 기록/나는 N잡러(N Job-er)입니다

프로 아무 말 대잔치-er

by Heigraphy 2022.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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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햇수로 5년 차가 된 나의 N잡 중 하나 덕분에, 나도 모르게 쌓인 내공이 있다. 나는 내 얘기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약간 MC의 자질이 있지 않나 싶고..

  티키타카가 잘 되면 60분이 모자라기도 하고, 티키타카가 잘 안 돼도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침묵 없이 이야기를 잘 이어가는 편이라고 자신한다. 무슨 말을 그렇게 나누냐 하면, 정말 아무 말이나 한다. 그 와중에 발음, 속도, 어휘, 어법 등등도 신경 써가면서. 1시간씩 그렇게 떠드는 일을 5년이나 했으니 이쯤 되면 '프로 아무 말 대잔치-er'라고 해도 되지 않나.

  물론 늘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이건 내 얘기는 많이 드러내지 않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이끌어내는 행위에 가깝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깊은 교류를 나눠야 하는(나누고 싶은) 상황과 사이에선 오히려 못 한다. 차라리 초면인 사람을 상대로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맥락에서 내가 가깝다고 느끼는 상대라면 오히려 침묵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게 이해가 될는지.

 

 

nomad life

 

  당연히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으니 5년이나 이 일을 한 거지만, 가장 매력적인 점은 무엇보다 방구석에서 세상의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대화가 유쾌했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걸 늘 깨달으며,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는 느낌이다. 그노무 시야는 확장에 한계란 게 없더라고요.

  티키타카가 되는 상대를 만나면 더더욱 일이 재미있다. 그럴 때면 더 이상 일이 일이 아니라 친구랑 신나게 수다 떠는 느낌이다. '살면서 또 언제 이런 상대와 이런 대화를 해보겠어' 싶은 대화도 꽤나 많이 해봤다. 그간 기억에 남는 사람들과 대화들이 꽤나 많지만, 굳이 블로그에 들고 오지는 않았다. 영감을 받은 대화들이 너무 많은데, 이렇게 공개된 곳에 자세하게 썼다가는 일이 특정될 수 있고 서로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최근에도 꽤나 재미있고 유익한 대화를 나눠서 이건 남겨보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역시 구체적인 건 또 못 적겠다. 그냥 두리뭉실하게 적어보자면, 다른 나라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엔 뉴스로도 잘 안 나오고 현지인만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사회/경제적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 흥미로웠고, 우리나라의 경우 예시를 들며 비교해가는 것도 재미있었고, 예정된 주제가 아니라 상대방이 갑작스럽게 꺼낸 주제였는데 평소 슈카형 방송으로 다져진 시사상식 덕분에 오히려 곁가지 주제들도 끌어들이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고, 이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주고받으며 때론 공감을, 때론 설득을 하는 과정들이 아주 유익했다.

  너무 즐거워! 이런 대화는 시간이 모자라서 늘 다음 시간까지 기약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럼 그날은 개인적으로 일하는 날이 아니라 친구랑 수다 떠는 날 되는 거임. 물론 그 와중에도 적당히 빠르면서 또박또박, 중간중간 일부러 어려운 어휘도 섞어가면서, 할 몫은 프로페셔널하게 챙긴다.

 

  다 쓰고 나니 이렇게나 두리뭉실하게 쓸 거면 왜 썼나 싶기도 한데, 그냥, 이런 글도 있는 거지 뭐. 나중에 이 일을 그만두게 되면 그땐 좀 더 자세히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곧일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연명해가는 걸 보면, 과연 그날이 언제 올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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