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by Heigraphy
시각적 기록/나는 N잡러(N Job-er)입니다

나의 카메라 연대기

by Heigraphy 2022. 1. 31.
반응형

 

  9년 차 소니 카메라 유저이고, 스스로도 좀 더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는다'라고 생각한 건 a57을 쓰면서였기 때문에 그동안 이게 내 첫 카메라인 것처럼 이야기해왔지만, 사실 이전에 나는 니콘 카메라를 썼었다. 2008년 말쯤, 사진을 찍고 싶게 된 계기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그 당시 나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하이엔드 디카가 너무 갖고 싶었다. 당시 미성년자였기에 돈은 당연히 없었고, 전단지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살 기세였으나, 아르바이트한다고 했다가 집에서 혼만 나고 결국 세뱃돈 모아서 샀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장만한 니콘 쿨픽스 P80이 내 인생 첫 카메라이다. 여기서 '첫'이란 온전히 나를 위한 첫 카메라라는 뜻이기도 하고, 첫 내돈내산 카메라라는 뜻이기도 하다.

 

 

1. 니콘 쿨픽스 P80 (NIKON Coolpix P80)

Nikon Coolpix P80

  P80은 렌즈 교환식 카메라는 아니지만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라고 하여, 똑딱이 카메라와 DSLR 카메라의 중간쯤에 있는 기종이었다. 2000년대 중반쯤이 필카가 거의 저물고 디카가 활성화되었으며 보급형 DSLR이라는 게 나오던 시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어리고 초심자로서 DSLR은 부담스러운데 똑딱이보단 상위 기종의 하이엔드 카메라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던 것 같다. 구입하고 나서는 당연히 대만족. 핸드폰 카메라가 지금처럼 좋을 때도 아니었기 때문에 수학여행, 졸업식, 그냥 놀러가고 여행 가서 등등 P80으로 찍은 사진도 생각보다 많다.

 

 

P80으로 찍은 사진들

  사진 비율부터 참 옛날 느낌..(?) 하여튼 라떼는 말이야... 페북도 인스타도 없었고 블로그도 그리 활성화될 때가 아니었지만 싸이월드라는 게 있었단 말이야.. 그래서 P80으로 찍은 사진은 주로 싸이월드에 올렸던 것 같다.

  고배율 줌렌즈가 장착된 덕분에 P80으로는 달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다. 특히 추석에 달 찍는 게 연례 행사였지. 공연 사진도 남아있는 걸 보면 공연장에도 몇 번 들고 다니긴 했나 보다. 이때부터 시작이었을까.

  이후에 a57을 들이면서 P80은 자연스레 안 쓰게 되어서 친구에게도 한 번 빌려줬다가, 지금은 친척분께 아예 드려서 없다. 카메라가 어찌나 빠르게 발전하는지, a57 쓰다가 P80으로 찍은 사진 보니까 아쉬운 점이 너무 많이 보여서(...) 미련 없이 드릴 수 있었다.

 

 

 

2. 소니 DSLT a57 (SONY DSLT A57)

1) 쌈번들 (Sony DT18-55mm F3.5-5.6 SAM)

a57+쌈번들 (구매한 날 언박싱하고 바로 찍은 사진)

  2013년에 드디어 인생 첫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구입하게 된다. 지금까지도 쓰고 있는 소니 DSLT a57. 보급형이라 가격은 저렴한 편인데 성능이 꽤 뛰어나다고 해서 데쎄랄 입문용으로 골랐던 것 같다. 초점이 빠르게 잘 맞고, 연속 촬영이 초당 12 프레임으로 정말 빠르다는 점이 좋았다.

  번들렌즈 키트를 사서 자연스럽게 첫 렌즈로 사용했던 쌈번들. 화각, 조리개 등등 렌즈 스펙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을 때라 아쉬운 점 그런 거 잘 모르겠고 번들 렌즈도 마냥 좋았다. 실제로 이 조합으로 좋은 사진들도 많이 남겼고.

 

 

a57+쌈번들로 사진 찍는 모습
a57+쌈번들로 찍은 사진들

  2014년에 유럽으로 공부하러 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a57+쌈번들로 유럽여행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때는 블로그를 안 할 때라 사진들이 하드에만 잠들어 있는 게 아쉬울 정도로, 다시 보니 좋은 사진들도 많다. 2015년에 한국 와서 한 엽서 제작 프로젝트도 대부분 a57+쌈번들 조합으로 찍었다. 그 외에도 정말 숱한 여행사진들을 찍었을 거다.

 

 

2) 단렌즈 SAL35F18 (Sony DT35mm F1.8)

a57+35.8 단렌즈

  번들렌즈로만 찍는 것이 슬슬 아쉽다고 느껴질 때쯤, 렌즈에 대한 공부를 조금 하고 35.8 단렌즈를 하나 들였다. 중고거래를 했고, 시기는 기억이 안 나는데 홍대입구역 앞에서 직거래를 했던 기억이 난다. 카메라 장비 관련 첫 중고거래라서 유의사항 같은 거 맨날 검색해보고, 바디를 가져가서 렌즈 물리고 그 자리에서 직접 찍어본 후 결과물에 이상 없는지까지 꼼꼼하게 확인해본 후 가져왔었다.

  난생 처음 1.8의 밝은 조리개 렌즈를 써보고 신세계를 경험했다. 이래서 다들 단렌즈 쓰는구나, 장비병이 걸리는구나 싶었지. 이후로 한동안 35.8 들고 다니면서, 또 쌈번들과 35.8을 번갈아가면서 썼을 텐데 언제 어떤 사진을 35.8로 찍었는지 모르겠어서 예시 사진 들고 오는 건 포기.

 

 

 

3) 미놀타 오뎅렌즈 (Minolta 70-210mm F3.5-4.5)

a57+오뎅렌즈로 찍은 달

  알파마운트와 호환되는 미놀타 망원렌즈, 일명 오뎅렌즈다. a57+오뎅렌즈만 따로 찍은 건 없는 듯하고, a57+오뎅렌즈로 찍은 달 사진을 하나 투척한다. P80 방출한 이후로 달 사진을 아무래도 못 찍고 지냈는데, 아주 오랜만에 찍을 수 있어서 반가웠다.

  오뎅렌즈는, 내가 사진을 찍는다는 소식을 들은 삼촌께서 안 쓰는 옛날 렌즈가 있는데 필요하면 가져가라며 주신 렌즈이다. 받았을 때 조사해본 바로는, 아마 1988년도에 만들어진 렌즈였던가? 연식이 엄청난 렌즈였다. 그래도 1년에 한 번씩 점검받으러 가면 이상 없다며, 여전히 잘 작동되는 렌즈이다. 미놀타가 소니에 인수합병되면서 다행히 소니 바디에 마운트 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

 

 

4) 칠번들 SAL1650 (DT16-50mm F2.8 SSM)

a57+칠번들

  2016년, 일본 오사카 여행 중 중고 카메라 샵에서 구매한 칠번들. a57+칠번들 조합으로 찍은 사진은 너무 많아서 여기에 몇 장 고르기가 정말 어렵다. 그냥 이 블로그에 16년도쯤부터 올라간 대부분의 공연과 여행 사진은 이 조합으로 찍은 사진이라고 보면 될 듯.

 

 

RE:PLAY 공연사진전
a57+칠번들로 찍은 사진들

  이외에도 사진들+@@@. a57의 빠른 AF와 칠번들의 F2.8 밝은 조리개가 만나서 어두운 공연장에서 역동적인 사진 찍기에 정말 괜찮은 조합이었다. 거기에 16-50mm의 표준줌렌즈라 여행 다니면서 사진 찍기도 참 좋았고(그래서 18년에 a7r2를 들이고도 a57을 여전히 서브인 듯 메인인 듯 사용해왔다). 지난 글에서도 썼듯이 1,200g이라는 무게만 견딘다면 여전히 출중한 조합.

 

 

a57+A마운트 렌즈 군단

  2015년 엽서 제작 프로젝트, 2016년 힙합공연 PRESS 촬영, 2017년 RE:PLAY 공연사진전, 2018년 페스티벌 PRESS 촬영, 2019년 엽서 플리마켓 등등 a57로 참여한 굵직한 프로젝트들만 이 정도였다. 그 외에도 별 궤적 사진을 비롯하여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실험적인 사진들도 많이 찍어봤지. 이때의 시간들 덕분에 지금도 나를 '사진 찍는 사람'으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러니 a57은 내 삶을 정말 많이 바꾼 카메라라고 말할 수밖에.

 

 

 

3. 소니 미러리스 a7r2 (SONY A7RⅡ)

+칼짜이즈 SEL55F18Z (Carl Zeiss FE 55mm F1.8)

a7r2+55.8z

  개처럼 벌고 정승처럼 써서 2018년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a7r2 카메라를 샀다. 풀프레임 바디와 칼짜이즈 파란 방패 렌즈를 동시에 마련해서 참 감개무량했더랬지.

  그새 중고거래 몇 번 해봤다고 바디는 쿨하게 중고거래 했다. 대학내일 건물 1층 카페에서 내 또래의 판매자로부터 샀던 기억이 있다. 중고여도 꽤 고가의 거래이다 보니까 거래 후 바로 헤어지는 게 아니라, 카페에 앉아서 이런저런 설명도 좀 듣고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 다행히 좋은 판매자로부터 샀던 거지.

  바디가 먼저 생기고 렌즈는 몇 주 더 후에 구하게 되었는데, 원래는 금계륵(FE 24-70mm gm)을 사고 싶었다. 그러나 금계륵 신품은 정말 비싸고(지금도 비쌈...), 중고도 마땅한 매물이 안 올라오고, 당시 워홀 출국을 앞두고 면세점에도 도저히 물량이 안 들어오는 관계로 55.8z 렌즈로 노선을 바꿔 겨우 구매할 수 있었다. 출국 전에 렌즈 못 구하는 줄 알고 식겁했음.

 

 

a7r2+55.8z로 찍은 사진들

  워홀 직전에 산 카메라답게 네덜란드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다. 사실 55.8z는 풍경보다 인물 찍는데 더 특화된 렌즈인데 초상권 때문에 인물사진은 패스. a7r2 들고 공연장도 한 번 갔었구나. 2019년 팔로오빠 UNITE콘서트가 마지막 촬영이었나 보다.

  a7r2는 사실 a57에 비하면 사진을 찍은 횟수 자체가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쉽다. 코로나로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점도 있지만, 55.8z가 화각이 아쉬울 때가 종종 있기도 해서 올해 안에 1635gm이나 2470gm 렌즈를 하나 들이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카메라 장비 사려고 돈 버는 사람 될 듯.

 

 

 

4. 파나소닉 Lx100m2 (Panasonic Lumix LX100Ⅱ)

lx100m2

  가장 최근에 산 카메라이면서 이 게시물을 쓰게 만든 장본인. lx100m2의 최대 장점은 누가 뭐래도 마포센서+24-75mm 화각+F1.7-2.8의 밝은 조리개를 장착하면서도 엄청나게 가볍고 작다는 점일 것이다. 이제 또 블로그에 올라올 대부분의 사진은 이 녀석으로 찍게 되겠지. 그러려고 산 카메라이니까^_^ 아직 예시 사진은 없지만 곧 쌓일 사진들이 더 많을 거라 믿으며. 잘 부탁한다, lx100m2야.

 

 

a57, a7r2, lx100m2 풀샷

  최신 기종은 하나도 없지만 내게는 여전히 충분히 다 좋은 카메라들이다. 세상 든든! 이 카메라로 이루고 싶은 2022년의 각오가 생각보다 비장하다. 2022년에는 이 카메라들로 더 많은 것들을 남기고 쌓을 수 있기를. 그리고 다시 한번 내 삶에 변화를 줄 수 있기를.

 

 

Copyright ⓒ 2015 Heigraphy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