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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Heigraphy
국내여행/22'어게인 제주(제주)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03

by Heigraphy 2022.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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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밝을 때 출발했는데 이동하다보니 어느덧 다 져버린 해. 카멜리아 힐에서부터 버스 환승을 세 번이나 했는데, 환승을 해야할 때면 다음 차가 바로 오지도 않고, 오긴 오는지 알 수도 없어서 계속 길찾기를 새로 하다보니 긴긴 여정이 되었다.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카라반
서건도 카라반 가는 길

  숙소까지 가려면 버스에서 내려서 10분은 걸어야 했다. 버스가 안 들어가는 길이라는 것은 또 가로등도 뭣도 없어서 하나도 안 보이는 길이라는 뜻이지..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카라반 가는 길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카라반 주차장
플래시 없으면 못 감

  여기는 그나마 포장도로라는 점이, 한림에서 숙소 찾아갈 때보다는 아주 조금 낫다. 휴대폰 플래시 비추면 딱 사진에서만큼의 시야가 확보된다. 전날 한 번 겪었다고 별로 당황은 안 되는데 싫은 건 여전하다.

 

 

서건도카라반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카라반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카라반 침대
서건도 카라반

  둘째날의 숙소는 카라반. 캠핑, 글램핑 경험 전무한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예약한 곳이다. 내부 아늑하고, 웬만한 생활용품들은 다 구비되어 있어서 정말 몸만 와서 쉬면 되는 곳이었다. 차체라서 겨울에는 조금 추울 수 있다는 점만 빼면, 이색적인 체험도 하고 편안하게 쉴 수도 있는, 정말 괜찮았던 숙소.

 

 

[제주 서귀포/서건도] 이색 숙소 추천, 서건도카라반

출발 이틀 전까지 비행기만 예약해두고 숙소도 안 정하고 있었더니 옆에 있던 분이 추천해준 곳, 서건도카라반. 서귀포 시내보다도 약간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있는 곳이었다. 캠핑은커녕 글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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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카라반 야간
저녁을 먹어보겠다고...

  사진이 이래서 그렇지, 사실 아직 7시도 안 된 시간이었고 저녁을 미처 못 먹었다. 체크인 해준 직원에게 근처에 편의점이나 식당 같은 게 있냐고 했더니 자기는 잘 모른다고 하셔서 좀 당황... 한 10분 정도 걸어나가면 뭐가 있긴 한 듯해서 일단 카카오맵에 의지해서 가보는데, 비포장도로에 역시 빛은 하나도 없고 왼쪽은 바다라서 파도소리가 철썩철썩 들리는데 좀 무서웠다. 거기다가 카카오맵 특, 길 아닌 것 같은 곳을 자꾸 길이라고 알려주고, 밤에는 시야 확보가 안 돼서 진짜로 길을 못 찾음... 그래서 결국 나가서 먹는 건 포기.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카라반 배달음식
배달 음식

  결국 숙소에서 배달 음식 먹는 걸로 노선 변경. 서건도카라반을 선택할 때 배달 음식도 온다는 정보를 보긴 했는데, 이렇게 알차게 사용하게 될 줄 몰랐다. 배달비를 1천 원 정도 더 받을 수도 있긴 한데, 이 외진 곳에 이렇게 푸짐한 상차림 가져다 주시니 기꺼이 냈다.

  다만 7시만 넘어도 배달 가능한 곳이 확 줄어들 수 있으니 빨리 시켜야 한다. 실제로 원래 돈가스를 먹으려고 했는데 고민하면서 주문하는 동안 갑자기 배달 마감되어서 수육으로 변경했다. '메밀로'라는 곳에서 수육정식 A세트를 주문해 먹었다. 너무 푸짐해서 돈가스 못 먹게 되길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함.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카라반 새벽 뷰
카라반 새벽 뷰

  머리맡에서 볼 수 있는 서건도카라반 새벽 뷰. 커텐을 살짝만 걷으면 제주의 바다와 불빛을 볼 수 있다.

 

 

다음날 아침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카라반 아침 뷰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카라반에서 본 서건도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카라반 뷰
서건도카라반 아침 뷰 (서건도)

  아침에 커텐을 싹 걷으면 햇살 따사로이 맞으면서 서건도를 볼 수 있다. 밤에는 어두워서 안 보였던 섬, 코앞에 있었구나. 괜히 그 기운 만끽하고 기분 내고 싶어서 커피랑 귤이랑 간식 가져다 창가에 두고 야금야금 먹으며 서건도 뷰로 멍때리기.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초코에퐁당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초코에퐁당
초코에퐁당

  전날 카멜리아 힐 기념품샵에서 사온 간식. 말린 귤에 초코를 씌워 상큼달달 바삭한 맛으로 먹는 간식인데 맛있었다. 서울 와서도 좀 생각나서 찾아보니 온라인으로도 파는 것 같더라고.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카라반 낮
아침에 본 카라반

  날씨도 좀 개고 날이 밝으니 주변 풍경과 이렇게 잘 어우러지는 카라반이었는데. 전날에는 어두운데 외진데 있다고 마냥 무서워하기만 했네.

  사실 서건도카라반은, 출발 이틀 전까지 비행기만 예약해두고 숙소도 안 잡았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보고는 추천해준 숙소다. 국내 사이트에만 등록된 곳이라 평소처럼 혼자 부킹닷컴이나 아고다만 봤으면 절대 못 찾았을 곳.

  삶의 모든 것이 계획적일 필요는 없지. 계획대로 되지도 않고. 즉흥과 우연이 삶의 궤적을 좀 더 흥미롭게 만들 때가 많더라고. 이번 여행도 그의 연장선.

 

 

서건도 아침 산책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서건도

  서건도카라반에서 걸어갈 수 있는 작은 섬, 서건도. 바닷길이 열릴 때면 걸어서 들어가 볼 수 있다.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썩은섬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바다갈라짐 현상
서건도=썩은섬?

  하루에 두 번 썰물 때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는 서건도. '썩은섬'이라고 부르던 것이 '서건도'가 된 모양이다. 서건도 앞 바다에는 종종 돌고래가 출현하기도 한다는데, 보게 된다면 거의 천운을 쓰는 거 아닐까?

  서건도 입구에 월별 바다갈라짐(썰물) 시간표도 있으니 참고하기.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주변 길
전날 패기 넘치게 걸었던 길

  전날 저녁 먹으러 가겠다고 잠깐 걸었던 길. 낮에 보니 이렇게 생겼다.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가는 길
서건도 들어가는 길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가는 길
물이 고여있는 곳이 있으니 조심

  오전 10시쯤 서건도로 들어가본다. 가는 길에는 돌이 많아 좀 울퉁불퉁하고 물이 좀 고여있는 곳이 있으니 그 점만 주의하면 좋을 듯.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서건도 입도

  한눈에 보기에도 참 작은 섬이다. 중간중간 멈춰서 경치 구경하고 사진찍고 해도 한 30분이면 다 볼 듯?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입구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산책로
가벼운 산책

  약간의 계단을 오르고 나면 그 뒤로는 잘 닦인 순탄한 길이 나온다. 무인도이지만 섬을 찾는 사람들의 산책을 위해 어느 정도 정비한 모양이다. 실제로 카라반 이용객이 아니더라도 아침부터 차타고 와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경치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에서 본 바다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에서 본 바다
서건도 전망대

  조금만 걷다 보면 길의 끝이자 전망대가 나오는 서건도. 푸른 바다와 또 다른 섬을 전망할 수 있다. 여전히 바람은 좀 불지만, 날씨는 훨씬 맑아져서 다행이다.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셀프촬영
기념사진 찍고 싶어

  섬의 끝까지 왔고 뒤 배경도 좋으니 내 사진도 남기고 싶은데, 장비라곤 카메라뿐인 관계로 난간에 아슬아슬 세워두고 셀프 촬영... 그러나 한계가 있어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긴 어려웠고, 그냥 개인소장하기로.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경치
등대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경치
한라산?

  방향이 정확하진 않지만 우뚝 솟은 산에 눈까지 쌓여있으니 한라산 아니었을까 마음대로 짐작해 봄. 이렇게 서건도에는 여러 전망대가 있어서 다양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섬 자체가 정말 작아서, 사진 안 찍고 눈으로만 보면서 지나가면 한 10-15분이면 섬 다 돌아볼 수 있다.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산책로
은근히 길 잃기 쉬움..

  작은 섬인데 갈래길이 꽤 많아서 그 길이 그 길 같고, 다른 길인 것 같아서 따라가보면 아까 봤던 곳 나오고 해서 은근히 좀 헤맸다. 한 곳에서 지긋이 경치 보고, 사진 찍고, 조금 헤매기도 하고 해서 한 30분 정도 돌아본 것 같음.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산책 끝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쓰레기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서건도 쓰레기
무인도에 쓰레기

  서건도를 얼추 다 보고 다시 카라반 쪽으로 나가는 길. 발 앞에 걸리적거리는 게 있어서 보니 웬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다. 무인도인데 웬 쓰레기가 이렇게 많죠...? 보이는 건 일단 대충 집어서 카라반 쓰레기장에 버렸다. 내 쓰레기는 내가 가져가기, 다들 기본적인 시민의식 정도는 갖추고 살자구요...

 

 

법환으로 이동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법환 가는 길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법환 가는 길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법환 가는 길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법환 가는 길
법환 가는 길

  서건도카라반에서 걸어서 한 10분이면 갈 수 있는 법환. 바로 제주시로 갈까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싶어서 이동해본다.

  그런데 웬걸, 법환까지 가는 길은 바다 옆에 돌 무더기를 헤쳐 나가야 해서 쉽지 않았다. '이게 무슨 길이야? 여기에 길 있다고 지도 만든 사람은 대체 어떻게 알고 만든 거야?' 싶었는데 그냥 길도 아니고 올레길이었다.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낚시 낭만
낚시 낭만

  그 와중에 아침부터 바다낚시 하는 분들이 낭만을 한껏 더해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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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아뜰리에안(ATELIER AN)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법환 카페 아뜰리에안 ATELIER AN
아뜰리에안 외관

  숙소 추천해준 분이 10분 거리에 편의시설이나 카페 등이 있는 것까지 소개해줬으니 소개해준 건 다 보고 가야지. 이 카페를 콕집어 추천해준 건 아니지만, 법환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보인 카페라 방문하기로 결정.

 

 

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법환 카페 아뜰리에안 ATELIER AN 스윗자몽블랙티
스윗자몽블랙티

  아뜰리에안은 바로 앞에 있는 바다를 감상하면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브런치 카페였다. 평일 오전이었는데도 사람들이 꽤 있는 걸 보니 이미 유명한 곳인가 보다.

 

 

[제주 법환] 오션뷰 카페, 아뜰리에안(ATELIER AN)

서건도 카라반 숙소에서 그리 머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던 오션뷰 카페, 아뜰리에안(ATELIER AN). 실내에서 따뜻한 햇살 받으면서, 여유롭게 음료 마시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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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법환 카페 아뜰리에 안 ATELIER AN무계획 뚜벅이 제주 여행 법환 카페 아뜰리에 안 여행의 이유
여행의 이유 마저 읽기

  여행 처음 다닐 때는 카페 가는 건 상상도 못 하고 무조건 하루 동안 많이 보는 것에 집중했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지나고 내공이 쌓이면서 여행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다. 쉬러 왔으니 쉬엄쉬엄 책도 하나 읽다가 가는 거지. 여행하면서 읽는 『여행의 이유』, 김영하 작가님 여행에 대한 통찰 정말 좋아요.

 

  "자주 떠도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오디세우스와 같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방랑을 멈추고 그림자를 되찾을 수 있는 어떤 곳으로 돌아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할까? 과연 그런 곳이 있기나 할까? 나는 거기에서 받아들여질까? 요술 장화를 신고 영원히 떠돌아다니는 슐레밀,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내 운명은 아닐까? 그런데 그런 삶은 과연 온당한가?" (p.132)

 

  언젠가 나도 참 자주 했던 고민과 질문. 그러고보니 올해는 꽤 많이 돌아다니면서도 '생활'을 한 곳은 없었기 때문인지 이런 질문과 고민이 덜 했네. 2022년의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싶었는데, 그저 '서울'에 있었다. 그렇다면 2023년의 나는 과연 또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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