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밝은 둘째 날 아침.
늦게 잠들었지만 점심부터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또 부지런히 준비했다.
어제 일한 테이블에서 오늘은 간단하게 조식을 먹는다.
언니가 사준 고메버터빵이었는데 고소하고 짭짤한 게 맛있었다.
친구의 안내 덕에 구 해운대역 뒤쪽의 해리단길에서 맛있는 중식을 먹었다.
전날 마신 술 때문에 국물이 너무 필요했던 것 같고..?
금문 후기 더 자세히 보기 :
전날 언니의 추천을 받고 기장 쪽을 가고 싶었지만 좀 쉬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갈팡질팡하다가, 해운대에서도 딱히 할 게 없어서(?) 기장으로 이동했다.
기장은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는, 생각보다 접근성이 괜찮은 곳이었다.
주제별 큐레이팅을 잘 하였고, 책등이 아닌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하여 책을 아주 읽고 싶게 만들었던 공간, 이터널저니.
기장까지 와서 둘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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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구경 후엔 이터널 저니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따뜻한 음료 한 잔.
11월 부산은 그리 춥지 않아서 야외에서 바다 보며 커피 마시기 아주 좋았다.
전날의 여운이 아직 안 가셔서 여전히 상념에 빠져있던 때.
나중에 돌이켜보니 내가 만나자고 불러내놓고 나만의 세계에 빠진 것 같아서 친구에겐 조금 미안했다.
호텔 주변을 맴돌던 고양이와, 이를 보겠다고 나름대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앉던 꼬마 아이.
둘 다 귀여워서 살짝 웃음.
걸어서 한 20분이면 갈 수 있다는 말에, 또 이맘때 한창 걷고 싶었던 나를 위해 걸어서 가보기로 한 해동용궁사.
그러고 보면 이날 코스도 사실 H언니가 다 짜준 거나 다름없다.
해동용궁사까지 가는 길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라기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정겨운 길이었다.
오징어 말리는 풍경이 제일 정겹고 재미있었음.
바닷가에 있는 절이라니, 여느 절과는 풍경이 좀 달라 새롭기는 하다.
왜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이라고 말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기장의 바다도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색이 참 달라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것 같다.
이걸 무의식적으로 기억해서 다시 오고 싶었나.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곳이라고 한다.
해동용궁사 자체가 해가 제일 먼저 뜨는 절로 유명하지 않나 싶다.
대웅보전이 마침 개방되어 있길래 여기서도 절 한 번 했다.
템플스테이의 여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왼쪽 석불상 주위로는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비는 곳이 있었는데, 물에 가라앉아 있는 동전이 참 많았다.
오른쪽 포대화상은 중국 당나라 말기 실존 스님이라고 한다.
예전엔 바가지 같은 것도 두고 약수를 마셔볼 수 있도록 해두었던 것 같은데,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이용이 중단된 약수터였다.
여기도 다 5년 만에 본 건데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해동용궁사의 어느 불상에 소원을 빌면 한 가지는 꼭 이뤄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모습을 볼 때면 그 절실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 좀 뭉클한 기분도 든다.
이동하려니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는 것 같아서 툼브로이까지는 택시를 탔다.
하루 안에 다 못 할 것 같았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네.
오늘도 참 알차다 알차.
맛있는 독일식 밀맥주가 마시고 싶다는 나를 위해, 여기도 언니가 추천해준 곳이다.
맥주뿐만 아니라 펍 자체가 독일 감성 물씬 느껴지는 곳이라 아주 마음에 들었다.
유럽에서도 못 먹은 커리부어스트를 여기서 6년 만에 먹은 게 그야말로 감동.
툼브로이 후기 더 자세히 보기 :
기장-송정에서의 일정들을 마치고 해운대로 돌아왔는데, 친구에게 여기까지 온 김에 바다나 보고 가라며 산책 조금 더 하다가 랍스터 포차 거리까지 왔다.
아직은 조금 이른 시간이었는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포차 거리.
포차마다 엄청 큰 랍스터와 해산물들이 한가득 있었다.
친구는 이런 데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던 것 같고..?
왠지 올 때마다 오히려 내가 부산을 여기저기 소개해주는 느낌ㅋㅋㅋ
친구를 배웅해주고 혼자 야식 사러 해운대 시장 방문.
맛있는 떡볶이 집이 있다고 하여 테이크 아웃하러 가는 중.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 후 아주 늦은 시간에 혼자 야식 타임.
사실 여전히 배가 불러서 안 먹고 싶었는데 다음날 체크아웃을 해야했기에 이때 아니면 먹을 수가 없어서 꾸역꾸역 먹었다. 미련해...
툼브로이에서 아쉬워서 포장해온 포터 맥주랑 함께 먹은 상국이네 떡볶이.
배부른 채로 먹었는데도 가래떡 떡볶이가 아주 쫄깃하고 맛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포터는 흑맥주답게 쓴단맛이 다 있는 진한 맥주였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기다리던 소식 하나를 들어서 이제는 정말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던 날.
이 여행이 끝나면, 비록 질문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속에 꽉 막혀있던 무언가가 조금은 풀릴 수 있을 것 같았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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