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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1'산 타고 바다 건너(부산)

질문을 질문하는 여행 (부산) 01

by Heigraphy 2021.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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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말 템플스테이 이야기부터 쭉 이어지는 여행기. (가을, 봉선사 템플스테이 03, 질문을 질문하는 여행)

  제목이 왜 '질문을 질문하는 여행'인지,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위해 부산까지 충동적으로 다녀왔는지 등은 지금까지 내 블로그에 너무 잘 기록되어 있으니 자세한 사정은 생략한다.

 

  사실 11월에 부산을 다녀온 목적은 모두 이뤘기 때문에, 그리고 여행기를 올리기엔 타이밍을 많이 놓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올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드 정리하다가 사진이 아까워서 결국 들고 왔다. 부담 없이 쓰고 싶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보다는 사진 위주의 포스팅이 될 것.

 

오랜만에 타는 기차

출발 3일 전에 예매해서 덜컥 몸을 실은 부산행 열차.

온갖 번뇌가 들어찬 머릿속에서는 그저 지금 당장 H언니를 만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갑작스러운 만남 요청에도 흔쾌히 응해주는 언니 덕분에 고민의 여지없이 티켓을 끊을 수 있었지.

 

 

출발

전날 아마 잠을 거의 못 자서 기차에선 내내 잤던 것 같다.

 

 

해운대역에 내려서

해가 중천에 뜬 시각에 해운대역 도착.

해운대 거리가 원래 이렇게 넓고 가게도 많고 번화한 곳이었나 싶은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 거리는 또 5년 만에 걸어본 것 같네.

 

 

선셋호텔 체크인

숙소에 체크인 후 짐만 던져두고 언니 만나러 나갔다.

너무 고맙게도 시간 맞춰 해운대까지 나와준 언니였다.

 

 

해운대 바다

언니와 감격적인 재회를 한 곳.

서울에서도 불과 얼마 전에 봤었는데, 부산에서 봤다고 감회가 정말 남달랐다.

그동안 서울에서 보고, 알크마르에서 보고, 부산에서 봤네.

다음엔 또 어디에서 보게 될까?

 

 

걸어서 더베이101로 이동

언젠가부터 술을 잘 안 마시는 내가 아주 오랜만에 언니에게 맥주 마시자고 했던 날.

언니도 요즘 술을 자제해서 자주 안 마신다고 했는데, 그 귀한 기회 중 하나를 나랑 마시는 데 써줘서 감사했다.

물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마천루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게, 호주의 바이브와 비슷하다고 한다.

 

 

안주는 오징어튀김, 언니가 빵도 사줌!

진짜 부산까지 온 이유가 뭐냐고 묻길래, 진짜 언니 보러 온 거라고 대답했다.

언니가 제주도에 있다고 하면 저는 제주도를 갔을 거예요.

 

 

직전에 다녀온 템플스테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거기서 언니 생각이 왜 그렇게 났는지, 나는 무엇을 견딜 수 없어서 이곳까지 찾아왔는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했다.

차분히 이야기를 듣던 언니는 언니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니도 답을 찾겠다고 여행 다니며 많은 사람들에게 왜 여행을 떠나왔냐고 물어본 일, 다들 '그냥', '하고 싶었던 거여서', '버킷리스트라서' 같은 대답으로 생각보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일, 그래서 답이라는 게 생각보다 별거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일, 언니도 여전히 답을 찾은 건 아니며, 아마 어쩌면 평생 이렇게 살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까지.

언니의 질문과 답이 듣고 싶어서 온 건데,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는 말이 오히려 왜 위로가 되는 걸까.

답이라는 건 없고, 그러니 이렇게 번뇌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괜찮아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생각.

아마 언니가 "나는 확실히 답을 찾았다"고 했다면 나는 오히려 더 미궁 속으로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건너편에서 본 더베이101
낚시하는 분들과 건너편의 동백섬
머리맡에 해를 띄운 광안대교

맥주 마시며 나눈 번뇌 토크를 뒤로하고 조금 걷기 시작했다.

언니는 서울에 멋지게 자리 잡고 지낸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고향 부산을 잘 알고 있어서 쫄래쫄래 잘 따라다녔다.

걷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걸어 다니면서 여기는 어디 건너편은 무엇 등등 설명도 해줘서 더 좋았다.

 

 

갈매기 브루잉
고릴라 브루잉

원래 맥주 좋아하는 두 사람이 오랜만에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으니, 왠지 제대로 마셔줘야 할 것 같은 느낌.

부산을 대표하는 수제 맥주집 두 군데를 차례차례 방문하여 딱 한 잔씩 맛봤다.

정말 알차게 다니고 마셨다.

 

 

밤의 광안대교
사진찍는 나를 찍어준 H언니
화각이 안 나와서 카메라로 이런 사진만ㅎㅎ

펍에서부터 또 걸어서 광안리까지 갔다.

밤에 광안리에서 광안대교 본 것도 5년 만에 했는데 감회가 새롭다.

올초에 부산 왔을 땐 예전에 다 해본 거라고 해운대-광안리 쪽은 올 생각도 안 했는데, 참 건방진 생각이었구나 싶다.

해가 중천일 적부터 다 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언니랑 참 알찬 시간 보냈다.

몇 시간의 만남 동안 그간 울컥했던 마음이 이미 어느 정도 진정되고 위로가 되었던 날.

보고 싶어서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고, 그렇게 찾아가도 흔쾌히 만나주는 사람이 있는 나는 복 받은 사람.

소중한 인연에 대한 감사함은 말로 다 못하지.

 

 

하루의 마무리는 일과 함께

오랜만에 노마드 라이프.

유럽여행 할 때 이렇게 살아본 적이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해보기는 처음이다.

술 마시고 참여해서 미안합니다.. 그래도 멀쩡한 정신이었어요.

분명 엄청 피곤했는데 새벽까지 안 자는 게 그새 버릇이 돼서 또 한참을 못 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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