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 여행을 가서도 호텔은 자주 이용하는 편이 아닌데, 올해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서울에서만 호텔을 몇 번이고 이용했다. 그 중 피날레는 앙둥이와 서초에서 했던 호캉스. 여름에 호캉스가 한 번 엎어지면서 올해도 둘이 놀러가긴 글렀나 싶었는데, 16년 지기 되기 전에 이 날이 오긴 오는구나.
"안 가본 곳 가보자!"해서 강 건너 서초까지 왔다. 나보다 호캉스 경력이 더 많은 앙둥이에게 나중에서야 들은 거지만, 호캉스가 끝나고 나면 꽤 피곤하기 때문에, 원래 집근처에서 하는 게 짱이라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우린 엄청 먼길을 왔네.
신라스테이 서초 후기 자세히 보기 :
주말에 강남 일대를 오니 애석하게도 문 연 곳이 별로 없었다. 지리도 잘 모르는 곳에서 주린 배를 붙잡고 30여 분은 떠돌았던 것 같다. 호텔 인근이 식당이 많은 곳도 아니라서 강남역까지 걸어나갔는데, 강북 같았으면 걷는 동안 아기자기한 건물들과 골목을 구경하는 재미라도 있었을텐데 강남 일대는 주변이 그저 차 쌩쌩 달리는 대로변이라 구경하는 재미는커녕 가는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밥 먹기 전까지 더 지쳤는지도.
사실 가는 동안 식당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데, 먹을 것에 너무 진심이라 아무거나 먹고 싶진 않아서 30분을 떠돈 우리였다. "사보텐 갈까?"하는 질문에 '그런 프랜차이즈를?하는 눈빛으로 어이없다는 듯이 들은 척도 안 한 게 너무 웃기고ㅋㅋㅋㅋㅋㅋ 다행히 우연히 발견한 식당에서 먹은 곱도리탕이 너무 맛있었다.
성성식당 후기 자세히 보기 :
그렇게 맛있다는 노티드 도넛이 마침 강남에 있길래 사가려고 했다. 카카오 프렌즈 건물 3층에 위치. 근데 웬걸, 들어가니 줄이 길어도 너무 길어서 기다리기 전에 도넛 동날 것 같아서 빠른 포기를 했다. 역시 기다려서 뭐 먹는 성격은 못 돼.
맛집 데이터가 나보다 10수는 위인 앙둥이가 여기도 가봐야한다며 데려갔던 빵집, 밀도(meal˚). 식빵이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들어가자마자 비주얼과 냄새에 홀려서 커스터드 큐브 등을 포함하여 3개 정도를 구매했다. 하여튼 앙둥이랑 다니면 맛있는 거 많이 먹을 수 있는 건 확실함ㅎㅎ
여긴 정말 뜬금없이 들어갔던 던킨도너츠. 던킨인데 사람이 왜 이렇게 많냐며 구경이나 하자고 들어갔다가, 도넛에 음료까지 후식 제대로 사버렸다. 방금 밥 먹고 빵 산 애들 맞는지..?ㅋㅋㅋㅋ 일반 던킨도너츠에서는 볼 수 없는 종류의 도넛들이 너무 많아서 지나칠 수가 없었다..고 변명해본다. 라이브강남점은 전국에 딱 하나 있는 지점으로, 수제도넛을 만든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노티드 대신 여기서 도넛 사길 너무 잘했더랬지!
던킨도너츠 라이브강남점 자세히 보기 :
맛있는 거 먹고 또 잔뜩 사들고 들어온 건 좋은데, 강남 일대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다보니 이미 지쳐버렸다. 갈 때 좀 힘들었으니 올 때는 버스를 타든 자전거를 타든 하자고 해놓고, 밥먹고 속이 좀 든든해지니 왜 못 걷냐며 또 다시 걸어서 호텔까지 온 게 분명 조금은 무리수였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리는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나나 앙둥이나 "하면 하지" 정신으로 무장해서 기어이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는 스타일ㅋㅋㅋㅋㅋㅋㅋ 서초 호캉스 하면서 새삼스럽게 깨달았네. 이상한 데서 시너지가 난단 말이야.
원래 양재천 가서 산책도 하고 서울스카이 가서 서울 야경도 보는 등, 하고 싶었던 것들이 좀 있었는데, 그런 거 모르겠고 이미 너무 지쳐서 누워서 런닝맨 봤다😂 이동하는데 시간을 다 쓰는 바람에 이미 저녁이 가까워지기도 했고. 특히 나는 부산에서 올라온 날이라 조금 더 지친 상태라 쉬는 것도 괜찮았지만, 앙둥이가 아쉬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앙둥이도 이렇게 쉬는 게 더 좋다고 한다.
노닥거리며 놀다보니 또 출출해져서 던킨에서 사온 도너츠를 맛보았다. 엄청 쫄깃하고 맛있어서 감격... 다음에 강남 가면 던킨 라이브강남점 또 갈 거다, 무조건!
혹시 TV에 핸드폰을 연결해서 다른 영상을 볼 수 있나 시도해보았는데, 안 되는 모양이었다. 스마트TV는 아닌 것 같았고, 스크린 미러링이라는 기능이 있길래 시도해보았는데 아이폰도 갤럭시도 안 돼서 포기... 저런 기능 대체 어떻게 쓰죠?😂
호캉스 할 때면 빠질 수 없는 반신욕. 앙둥이가 꼭 보고 싶은 방송이 있다고 해서 보는 동안 나는 반신욕을 했다. 따끈한 물에 편백나무향 배스밤 풀어놓고, 머리맡에는 노래 틀어두고 내 세상인 것처럼 아주 잘 즐겼다. 사실 이 배스밤 부산에서 산 건데 정작 거기선 바빠서 못 쓰다가 서초 와서 겨우 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서울에서 살 걸.
이맘때 나는 잔나비의 음악에 정말 빠져 살았는데 그 중에서도 딱 세 곡만 무한반복을 했고, 밖에서도 들렸는지 앙둥이도 익숙해져버릴 정도였다. 더불어 나는 계속 욕조에 있었기에 편백나무향을 조금 느끼다가 못 느껴서 금방 날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욕실 문 여니까 편백나무향이 진동을 한단다. 꽤 괜찮은 배스밤이었구만.
점심에 먹은 곱도리탕이 많이 남아서 포장해왔는데, 객실에 전자렌지가 없어서 혹시나 해서 로비에 여쭤보니 로비에서 데워준다고 하여 햇반이랑 같이 데워왔다. 용기 뜨겁다며 쇼핑백에 담아주신 거 감동!
국산맥주 외에는 다른 맥주를 거의 마셔보지 않았다는 앙둥이는 내가 고른 맥주를 따라 샀다. 덕분에 바이젠 맥주 위주로 마셔보게 되었지ㅎㅎ 요즘 신상이라는 오뚜기 베이글칩이 보여서 함께 샀는데 짭짤한 스프맛이 나는 게 정말 맛있었다. 맥주 안주로 딱인 듯.
식사 겸 안줏거리들 준비해서 먹기 시작한다. 육회는 배달을 했는데, 1층 입구에서 받아오면 된다.
테이블 앞 창가에 스피커 세워두고 돌아가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 틀어서 영업하고 그랬다ㅋㅋㅋ 멜로디가 익숙한 노래는 휘파람을 부는 버릇이 있는데, 이날 정말 하루종일 휘파람을 불었더니 앙둥이가 휘파람 잘 부는데 쉬지도 않고 불러서 신기하다고 한다. 더불어 앙둥이의 최애 노래도 익어서 나도 모르게 휘파람 불고 있으니 뿌듯하게 쳐다보던 앙둥이ㅋㅋㅋㅋ
우리의 밤은 길고, 아직 더 먹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맥주도 더 사오고 음식도 더 시켰다. 조금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위주로 시켜다가 맛있게 잘 먹었지. 사실 앙둥이랑은 이런 거 안 해도 평소에 얘기를 많이 하는 사이라, 이날만 특별히 무슨 얘기를 했는지 같은 건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서로 대나무숲처럼 하는 얘기 하고(매번 들어주는 앙둥 고맙다😂), 부산 다녀왔을 때라 여행 얘기 했던 것 같다.
이런 사진은 언제 왜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술 잘 마시지도 못하는 애들이 허세 부린다고 캔 쌓아서 사진 남긴 것 같고 웃겨서 정말ㅋㅋㅋㅋ
다 먹고 정리하고 나니 4시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늦긴 했는데, 다음날 조식도 포기할 수 없어서 꼭 먹자고 약속하고 잠듦.
마감 한 시간을 남겨두고 겨우 내려와서 조식 먹었다. 첫술 뜨기 전까지 사실 술이 덜 깬 느낌이었는데, 그도 그럴게 고작 4시간 전까지 술 마시던 애들이라...ㅎ 그래도 게살스프 한입 먹으니까 어찌나 살 것 같던지. 신라스테이 조식 꽤 만족스러웠다.
야무지게 먹고 다시 방으로 올라가서 한숨 더 잤다. 레이트 체크아웃 만세! 이후엔 카카오맵만 철썩같이 믿고 집에 가는 버스를 탔는데, 반대편 정류장에서 타는 바람에 반대편 종점을 찍고 무려 2시간이 넘게 걸려 집에 갔다는 사실... 정류장을 왜 그따위로 알려주는 거야... 어이없어서 웃음ㅋㅋㅋㅋ
그래도 하나 다행(?)이었던 건, 버스 타고 반대로 간 덕분에 양재천을 살짝 볼 수 있었다는 거다. 저길 우리가 산책하려고 했는데, 서초까지 와서 밥만 먹고 잠만 자고 가네😂 쉬어가는 호캉스도 물론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스쳐 지나가는 양재천이 너무 예뻤기에 이 정도는 가봤어도 되지 않았나 싶은 아쉬운 마음이 살짝 들었다.
우리가 다음에 호캉스를 또 한다면 어디서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땐 꼭 무리하지 말고 적당한 계획을 세우고 하자꾸나. 종로 호캉스를 함께하지 못한 한을 다 푼 것 같다. 16년지기가 되기 전에 함께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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