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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짧여행, 출사

서울에서 충북 제천 당일치기 뚜벅이 여행 03

by Heigraphy 2022.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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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천에서 두 번째 식사도 했고, 이제는 서울 올라갈 일만 남았다. 기차시간까지 여유가 조금 있으니 기차역에서 가까운 민화마을과 시장을 가볍게 돌아보기로 한다.

 


당일치기 일정

01 서울에서 충북 제천 당일치기 뚜벅이 여행 01

02 서울에서 충북 제천 당일치기 뚜벅이 여행 02

03

  • ~17:00 교동 민화 마을
  • ~17:40 제천 중앙시장
  • ~18:15 제천역 출발
  • ~20:00 청량리 도착

 

서울에서 충북 제천 당일치기 뚜벅이 여행
의림지 버스정류장 앞

  의림지에서 교동 민화 마을까지 걷기는 살짝 무리이고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정류장 앞 담장에 꽃이 예쁘게 피어 있고, 빨간 대문까지 알록달록한 색감이 좋아서 남겨본 사진.

 

 

 

교동 민화 마을

제천 교동 민화 마을
교동 민화 마을

  이곳이 정확한 시작점은 아닌 것 같은데, 어차피 '마을'을 둘러보는 것이니 시작과 끝을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기로 했다.

 

 

제천 교동 민화 마을
교동 민화 마을 소원칠판

  '민화 마을'이라는 이름답게, 다른 벽화 마을에서 본 그림과는 확실히 다르다.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인지 소원칠판에 다양한 언어로 소원들이 적혀 있는 게 신기했다.

 

 

제천 교동 민화 마을 당일치기 여행
제천 교동 민화 마을 당일치기 여행제천 교동 민화 마을 당일치기 여행
골목골목 정겨운 그림들

  벽화 '마을'이라는 게, 결국은 관광지가 우선이 아니라 '사람 사는 곳'이라는 점이 우선이라는 걸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누가 우리집 앞을 구경거리 삼아 왁자지껄 보고 간다고 하면 당연히 불편한 일이기에. 정말 잘 그린 민화들이 발걸음을 탁탁 붙잡을 때면 조용히 그림 위주로 기념사진 정도만 남기고 이동했다.

 

 

교동 민화 마을
교동 민화 마을 지도

"마을과 골목은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공동체 공간입니다. (중략) 삶의 문화를 일구어가는 교동민화마을입니다."

  멘트가 참 와닿았다. '마을'이나 '골목'에 대한 설명이 딱 나의 생각과 일치했고, 무엇보다 '공동체'라고 표현하는 점이 좋았다.

  내가 방문한 때는 평일에다가 이미 저녁시간에 가까워졌을 때라 사람도 없고 조용했지만, 원래는 해설이 있는 투어나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해볼 수도 있는 모양이다.

 

 

제천 교동 민화 마을
모든 골목이 눈에 띈다
제천 교동 민화 마을 여행
이번 여행에서도 빠질 수 없는 셀-프 포트레이트

  앞에 보이는 벽화는 물론, 거울에 비친 낮은 층과 담장의 집들이 정겨워 보인다. 지나오는 동안 카페, 도자기 체험장 등등 다양한 공간들을 볼 수 있었다.

 

 

제천 교동 민화 마을 여행
제일 인상깊었던 골목

  바닥까지 그림이 멋지게 그러져 있고, 보존 상태도 좋아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골목. 일단 고개를 돌리자마자 물고기 그림이 시선을 확 사로잡아서 뭐에 홀리듯 걸어보게 되는 골목이었다.

 

 

교동 민화 마을 제천향교
제천향교

  골목의 끝에는 제천향교가 있다. 고려후기에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창건된 교육기관으로, 근대를 거치며 현재 교육적 기능은 없어지고 석전 봉행과 분향 정도만 하고 있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민화 마을과 잘 어울리는 유물이 아닌가 싶다.

 

 

제천 교동 민화 마을제천 교동 민화 마을
눈에 띄는 바닥 그림들

  차로, 발로 밟고 다니는데도 이렇게 보존이 잘 되는 게 신기하다. 언뜻 보면 트릭아트 같기도 한 바닥의 그림.

 

 

제천 교동 민화 마을제천 교동 민화 마을
인상적이었던 가마 그림

  그림 가운데 왠지 인물이 하나 더 있어야 할 것 같고 조금은 허전해 보이는 자리는, 앞에 서서 사진을 찍으라는 뜻인 것 같긴 한데. 혼자 온 여행객은 그림만 열심히 감상한다. 세세한 디테일들까지 살아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전문가가 그린 벽화들 같다.

 

 

교동 민화 마을
마치 트릭 아트

  여의주 찾으러 그림 속에서 나온 듯한 용 그림. 이거야말로 정말 트릭 아트 같네.

  골목골목까지 샅샅이 돌아보기에는, 사람 사는 곳이라는 점에서 역시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서 큰 길(?) 위주로만 다녔다. 사실 벽화를 보는 것보다 동네 어르신들끼리 마실을 나오신다든지, 바깥에 있는 식물에 물을 주러 나오신다든지 등등 일상의 모습들을 보는 게 소소하면서도 더 흐뭇하더라구.

 

 

교동 민화 마을
제천의 설화가 담겨 있는 민화

  제천 박달재의 설화인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사랑 이야기가 민화로 새겨져 있었다. 스토리가 있는 벽화 좋아요. 교동 민화 마을은 이쯤까지 돌아보는 걸로.

 

 

 

제천 중앙시장

서울에서 충북 제천 당일치기 뚜벅이 여행
청주기름집

  아직 시장에 도착하긴 전인데, 가는 길에 어디선가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했더니 딱 건너편에 기름집이 있어서 신기해서(?) 남겨본 사진. 서울놈은 길 가다가 기름 냄새에 고개를 돌아보는 경험을 해볼 일이 거의 없거든요...

 

 

제천 동문 전통 시장제천 동문 전통 시장
동문 전통 시장
제천 내토 전통 시장제천 내토 전통 시장
내토 전통 시장
제천 중앙 시장제천 중앙 시장
제천 중앙 시장

  교동 민화 마을에서 걷고 걸어 제천의 시장에 도착했다. 동문 시장-내토 시장-중앙 시장 순서로 둘러볼 수 있었다. 기차 타고 집에 가야하는 마당에 식료품 장을 볼 건 아니라서, 제천의 명물이라는 빨간 오뎅과 메밀 부침이 있으면 살 요량으로 둘러보았다. 판매하는 분식점이나 전집은 많은데 뭔가 딱 끌리는 곳은 없어서 일단 계속 직진.

 

 

서울에서 충북 제천 당일치기 뚜벅이 여행
충동구매..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식료품 살 거 아니라면서 갑자기 웬 고추냐 하면... 사연인즉 이렇다.

  시장 거리에 바구니 깔아두고 채소를 팔고 계신, 연세 지긋해 보이는 할머니가 계셨다. 빨간 오뎅이랑 메밀 부침 찾는다고 같은 곳을 두 번 정도 지나갔는데 그 할머니가 뭔가 계속 눈에 밟히는 거다. 더운 날 고생하시는 것 같아 뭔가 하나 사드려서 빠른 퇴근을 하셨으면 하는 마음..? 그러다가 할머니께서 "오세요" 하시는 말씀이 들렸는데, 나한테 한 말도 아닌데 결국 세 번째 지나갈 때 발길을 멈췄다. 가장 가볍고 부피가 작은 채소로 구매를 하고자 했는데, 그게 풋고추였다. 그 외에는 양파, 오이 뭐 그런 것들이 있었음.

  그동안 시골이 물가가 은근 더 높다고 생각했는데, 할머니께서 주신 고추는 너무 저렴했다. 마트에서 1천 원어치 사면 딱 5개 살 수 있는데, 3천 원에 그 10배는 받은 것 같다. 심지어 우리집 식구들은 다 매운 고추 좋아해서 풋고추 먹는 사람 나밖에 없는데 한봉다리 가득 받아서... 집에서 거의 매 끼니 곁들여 먹었는데도 한 3주 먹은 것 같다. 워낙 싱싱했어서 3주까지 먹을 동안 상태가 괜찮았다.

  여행하면서 풋고추 충동구매 해본 적 있는 사람...? 흔친 않은 것 같아 꽤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제천 중앙 시장 메밀전병제천 중앙 시장 메밀 전병
메밀 부침

  메밀 부침은 결국 시장 맨 끝에 있는 마지막 집에서 샀다. 주문과 동시에 부쳐주셨는데, 집에 가져갈 거라서 막 부친 걸 그 자리에서 못 먹은 건 조금 아쉬웠지만, 미리 적어보자면 식어서 먹어도 맛있었음.

 

 

제천 중앙 시장
낭만 넘치던 옷가게

  지나가다가 뭔가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서 멈춰서게 만들었던 곳. 안에서 주인 아주머니께서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계셨다. 그 모습이 너무 낭만적으로 느껴졌고 좋았는데, 아주머니 사진을 찍을 수는 없어서 옷가게 사진으로 대체함.

 

 

제천 역전 한마음 시장
제척 역전 한마음 시장

  부지런히 걷고 걸어서 역 근처에 있는 시장으로 돌아왔다. 참, 빨간 오뎅은 가보고 싶었던 집이 문을 닫기도 했고, 그 외에는 그냥 체인점 빨간 오뎅이랑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왔다. 서울에서도 충분히 먹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제천역>청량리

서울에서 충북 제천 당일치기 뚜벅이 여행서울에서 충북 제천 당일치기 뚜벅이 여행
제천역 도착

  약 9시간 만에 돌아온 제천역. 하루 당일치기 시간으로 충분하다고 느껴졌고, 나름대로 알차게 보내고 가는 것 같다. 목표했던 의림지와 의림지 막국수 가봤고, 맛있는 것들도 손에 바리바리 들고 가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서울에서 제천 당일치기 매우 할 만하다.

 

 

서울에서 충북 제천 당일치기 뚜벅이 여행서울에서 충북 제천 당일치기 뚜벅이 여행
음료 하나 챙겨서 탑승

  요즘 기차에서 간단한 식음료 취식이 가능하다. 음식은 냄새가 안 나는 것이어야 한다. 그전에는 코로나 때문에 물도 거의 못 마시는 분위기였는데, 꽤 반가운 소식이다. 그래서 나도 음료 하나 사서 기차 탔다.

 

 

서울에서 충북 제천 당일치기 뚜벅이 여행서울에서 충북 제천 당일치기 뚜벅이 여행
청량리 하차

  저녁 8시쯤, 적당한 시각에 서울에 도착했다. 집에 가서 사온 음식들 먹으며 여독을 풀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일치기라 짐도 적었고, 비용도 아꼈고, 다시 집에 온다는 생각에 뭔가 부담도 적었는데, 왜 진작 이렇게 기차 당일치기 여행을 해볼 생각을 안 해봤을까. 매우 만족스러웠던 제천 당일치기 여행.

 

 

에필로그 1.

서울에서 충북 제천 당일치기 뚜벅이 여행 메밀 치킨 메밀 전병
메밀 치킨과 메밀 전병

  제천에서부터 싸온 음식들은 집에서 가족들이랑 맛있게 먹었다. 치킨은 식어서 조금 눅눅해졌지만 여전히 맛있었고, 전병도 많이 식었지만 고소한 메밀에 파, 배추의 식감과 간장의 짭쪼름함이 더해지니 역시 맛있었다. 나.. 메밀 좋아했네...

  원래 청량리역에 내려서 매운 냉면을 포장해가려고 했고, 그것까지가 여행의 계획이었는데, 제천에서 사온 것들이 뭐가 너무 많아서 냉면은 패스. 다음에 또 기차여행 가면 냉면은 그때 사먹어야겠다.

 

 

에필로그 2.

  이때 시험이 하나 끝나서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녀오려고 했던 여행인데, 이것저것 추가하다보니 하루 안에 꽤 많은 것을 하게 되었다. 사전에 계획을 대충 들었던 앙둥이는 쉬러 갔다가 더 힘들어져서 오겠다고 걱정했지만, 사실 나는 언제부턴가 100% 쉬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여행을 가본 적은 없다. 뭐 딱히 크리에이터 같은 건 아니지만, 늘 블로그에 뭔가라도 남길 것을 염두에 두고 가기 때문에.

  안 가본 곳 가보고, 안 해본 것 해보고, 안 먹어본 것 먹어보면 거기서 무슨 생각이든 들 수 밖에 없고, 그걸 꼭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남긴다는 것, 기록한다는 것은 꽤 고차원적인 행위이고 나는 그 힘을 믿는다. 즐거이 할 수 있다는 점은 참 복받은 것 같다.

  여행기가 또 하나 끝났으니 다음에는 어떤 여행을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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