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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Heigraphy

밥 해먹는 이야기16

리틀 포레스트는 아닌 그냥 시골 생활기 12 앙둥이가 온 지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추위를 타는 정도가 달라서 집의 온도를 어찌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서 추위를 별로 타지 않는 나와 추위를 많이 타는 앙둥이. 서초 호캉스 때는 딱 좋지 않았나 했더니, 그때도 앙둥이는 추웠단다. 이런 것도 잘 맞는 사람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둘 다 잘 만큼 실컷 자고, 일어나자마자 가스통의 상태부터 보러 간다. 삼촌께 여쭤보니 쓰던 걸 잠그고 예비용 가스통을 열면 된다고 하셨는데, 가스통 처음 만져보는 서울촌놈은 하라는 대로 해도 불안하다. 가스집 번호를 알려주면 새 가스통을 하나 더 주문해놓겠다고 하셔서 알려드리곤 오후쯤 가스 아저씨가 다녀가신 걸 확인한다. 시골집에 오면서 '나 있는 동안 설마 가스통 바꾸는 작업까지 하게 되겠어?' 했는데 이게.. 2021. 12. 8.
리틀 포레스트는 아닌 그냥 시골 생활기 11 서울에서부터 손님이 오는 날. 혼자서 찾아오기 힘든 지역이니만큼 기차역까지 마중을 나가기로 한다. 서울에서 10시쯤 출발을 할 거라는데 나도 10시에 출발한다. ...? 어떻게 시도(市道) 간을 이동하는 사람과 같은 시간에 출발하냐며 황당해하던 친구ㅋㅋㅋㅋㅋ 왜냐하면 나는 걸어서 갈 것이기 때문이지. 서울에서부터 지하철+기차 타고 오는 시간이 시골집에서 기차역까지 걸어가는 시간과 비슷해^_^ 시내로 나가는 길이 여러가지가 있다고 해서, 오늘은 지난 번과 다른 길로 걸어가본다. 비포장도로가 한동안 이어지고 약간은 언덕길이 더 높으며 주변에 논밭이 더 많이 보인다. 이쪽 동네도 우리 동네 못지 않게 한적한 곳인 것 같다. 눈이 많이 쌓인 건 아닌데 미끄러지기 딱 좋을(?) 정도로 묻어 있어서 조심조심 걷게 .. 2021. 12. 6.
리틀 포레스트는 아닌 그냥 시골 생활기 10 요즘은 아침에 누군가의 전화로 눈을 뜨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벌써 마을에서 나를 찾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아니고 오늘도 건너집 할머니께서 밥 먹으러 오라며 아침부터 전화를 하신다. 30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하니 조금 놀라시는 눈치길래, 최대한 빨리 가겠다며 대충 고양이 세수에 양치만 하고 간다. 창피함을 잊고 얼굴이 두꺼워지는 기분이다. 할머니댁에 가는 게 즐겁고 반가운 이유 중 하나. 오늘은 내 식사하러 온 거라서 메리는 없어 말랑콩떡들아. 다음에 또 같이 올게. 할머니댁에 들어가니 이미 손님들이 많았다. 윗집 할머니랑도 인사하고, 도우미 아주머니랑도 인사한다. 남의 집에서 자꾸 사진을 찍는 게 조금 실례인 것 같아서 이제 사진은 찍지 않지만, 오늘도 진수성찬에 밥도 한 대접 가득 주신다. 어.. 2021. 12. 4.
리틀 포레스트는 아닌 그냥 시골 생활기 09 오늘도 아침부터 전화가 온다. 집 전화는 아니고 휴대폰에 삼촌의 이름이 뜬다. 이미 진작에 일어난 척 목소리를 깔고 받아본다. 며칠 전에 사촌언니랑 연락하다가 삼촌 오실 때쯤 난 다시 서울로 갈 거라고 말했었는데, 언니가 그 말을 전했나 보다. 삼촌은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당신이 있든 없든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가라는 이야기를 해주시고 싶어서 전화를 하신 거다. 당신이 내려오실 때는 나에게 연락을 하시겠다는 말씀과 함께. 우리 삼촌 쏘쿨하시다. 점점 반복되는 일이 많고 단순해지는 시골 생활기. 요즘 하루의 일과는 메리 산책-(가끔) 불 때기-밥 해먹기 정도이다. 9일 차 포스팅이 8일 차 포스팅이랑 같은 거 아니냐고 물어도 할 말 없음ㅎㅎ 메리는 아무래도 콘크리트 길보다 흙길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2021. 12. 2.
리틀 포레스트는 아닌 그냥 시골 생활기 08 나에겐 아직 한밤중이었던 시간, 9시 반쯤 집 전화가 울렸다. 잠결에 우리집도 아닌데 받아도 되나 싶다가,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알 것 같아서 받았다. "아직도 자나? 밥 먹으러 와!" 전날 아침밥 먹으러 오라던 건너집 할머니의 전화였다. "지금 깨긴 했는데 죄송하지만 점심 때 가도 될까요?" 비몽사몽 양해를 구하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밤새 글 쓰느라 일어날 수가 없었어요, 죄송해요.. 그래봤자 두 시간이 안 되게 좀 더 눈을 붙였다가 나갈 채비를 한다. 밖에 나오면 늘 메리의 상태부터 확인하는데 지난날 이후에도 누가 자꾸 사료를 넣어주고 가시는 것 같다. 문 뒤에 사람 있는데 누가.. 왜..? 메리 굶어 보이나요..? 가까이만 가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게 정말 귀엽다. 소가.. 2021. 12. 1.
리틀 포레스트는 아닌 그냥 시골 생활기 04 요즘은 이틀에 한 번쯤 불을 때고 있다. 매일 불을 못 때겠는 건, 뭔가 이 넓은 곳에 나 하나 따뜻하자고 나무를 그렇게나 쓰는 게 아깝기도 한 마음과, 약간 엄두가 안 나는 마음 등등이 뒤섞여 있다. 따뜻하진 않아도 춥지만 않으면 그럭저럭 버티다가 손발 시릴 때면 더 이상 안 되겠다 하며 결국 불을 때는 생활을 이어가는 중. 사실 낮이면 해가 들어서 그렇게 춥다고 느끼진 않는다. 일조권 그런 거 걱정할 필요 없는 시골이니까! 근데 웬걸, 씻고 나왔더니 머리가 마르는 게 아니라 얼어가고 있는 거다. 더 이상은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서 결국 불을 때러 나간다. 재 퍼다 나르는 동안 바람에 흩날려 옷에 다 묻어서 보는 중인데, 사진만 보면 무슨 누구 하나 묻고 돌아오는 길인 것 같다. 시골에서 지내는 게 이.. 2021. 11. 27.
리틀 포레스트는 아닌 그냥 시골 생활기 03 조금씩 조금씩 이웃분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온 동네에 저 집 조카가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소문이 다 났나 보다. 나는 이웃분들 봐도 누구인지 잘 모르는데 나를 보시는 분들마다 아가씨가 그 조카냐고 물어오신다. 어찌 시골에 내려와서 지낼 생각을 다 했냐는 호기심 어린 질문도 잊지 않으신다. 메리의 밥을 챙겨주고 내 밥도 먹는다. 아침이라 새로 요리를 하기도 뭐하니, 전날 조금 남은 김치찌개를 얹어서 먹었다. 원래 아침에는 전날 먹고 남은 걸로 후다닥 먹는 것이 국룰 아닌지. 분명히 아침에 밥 주고 다 먹는 걸 보고 들어왔는데, 내 밥 먹고 다시 나가니 밥그릇에 사료가 듬뿍 채워져 있다. 뭐지? 누구지? 택배가 온 듯 우체국 차가 와서 벨을 누르고 가길래 뒤늦게 나와봤는데, 설마 우체국 아저씨가 사람 없는 .. 2021.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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